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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Nov 05. 2015

9화. 콕스바잘, 제주의 매력에 빠지다

아트페스티벌 이야기 ⑨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2015 개막

드디어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2015가 시작됐다.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온 예술가들이 도착했고 방송국과 신문사의 취재 열기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느덧 강당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에어컨은커녕 작은 선풍기조차도 없어 강당은 사람들의 열기로 금세 찜통으로 변했다. 짧은 개막 인사로 개막식이 시작됐고 이어서 연사들의 스피치가 이어졌다. 

▲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비엔날레  ⓒ Orchid Chagma

"오랜 시간 함께 기획하고 준비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었네. 이름도 바뀌고 준비했던 프로그램도 변경되어 버린 것이 많지만,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너희가 얼마나 애쓰고 기다렸는지 알아. 먼 곳을 날아와 이 순간을 함께하고 있네. 느낌이 어때?" 인사를 마치고 내려온 셥보 다다가 우리 곁으로 와 앉아 조용히 소감을 물었다. 셥보 다다는 어론노 다다와 함께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을 준비해온 핵심 멤버로 2012년 콕스바잘 아트페스티벌에도 함께 해 왔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어론노 다다와 함께 공동 주최자로 이름이 올랐다. 방글라데시에 머무는 동안 바쁜 어론노 다다를 대신 해 친오빠처럼 우리를 살피고 챙겨줘 왔다. 


'우리가 정말 이들과 함께 이곳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 몇 달간 마음 졸이고 애태웠던 숱한 시간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갔다. 비록 제대로 먹고 잘 시간도 없어 몸은 피곤하지만, 오랜 기다림 속에 지금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순간순간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찜통더위 속에서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느꼈다. 민망하여 서둘러 마치 땀을 닦아내듯 쓸어냈다. 

▲ 개막행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제일 먼저 한국 갤러리를 찾았다. 한국 갤러리를 찾은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다.  ⓒ Orchid Chagma

오프닝 행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제일 먼저 한국 갤러리를 찾았다. 한국 갤러리 입구에서부터 이국적인 배정애 작가의 캘리그래피 작품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한글을 처음 접하는데 스토리를 담아낸 그림처럼 매력적이다', '너무 아름답다'라는 칭찬들이 쏟아졌다.  


우리가 한국에서 일 년간 진행해온 팝업 전시회 사진도 한 벽을 차지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우리는 지난 1년간 제주의 바다와 산 등 모두가 쉽게 오갈 수 있는 열려 있는 공간에서 팝업 전시회를 열어왔다. 사람들이 방글라데시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빈곤', '기아', '홍수'와 같은 부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의 방글라데시를 소개하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제주의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익숙한 방글라데시의 아이들과 배경이 나온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 '방글라데시 어디 어디를 여행했는지'를 궁금해했다. 우리의 설명을 듣고는 이 사진들은 '눈으로 감상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감상해야 할 작품'이라고 감상평을 남기셨다. 


임경숙 작가의 수제 인형 작품의 인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단연 최고였다. 솜 인형 자체가 방글라데시에 흔하지 않았고, 한복과 해녀 등 이국적인 분위기로 매력을 발산했다. 사실 한국 갤러리는 제주 갤러리라고 해도 무관할 만큼 제주 관련 작품들이 많았다. 임경숙 작가의 해녀 인형, 윈드스톤 작가의 작품도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하거나 제주에서 영감받은 것이 많았다. 우리의 사진도 모두가 제주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고, 특별 참여한 제주시 청소년 자활지원관의 <별똥별> 친구들이 준비한 선물 꾸러미에도 제주 해녀가 담겨 있었다.


갤러리 한편에 한국 그림책 일곱 권이 전시되었는데, 제주의 음식, 놀이, 제주어, 삼다도를 다룬 제주 그림책 연구회 그림책 여섯 권과 허영선 선생님의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모두가 제주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었다. 사람들은 지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콕스바잘과 제주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한국 갤러리에 들어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삼다도', '제주', '해녀' 등 한국어를 배우고 나갔다.  


덧붙이는 글 | 이포스팅은 오마이뉴스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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