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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Nov 05. 2015

8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고민해봐!

아트페스티벌 이야기 ⑧ 공사장 같은 곳이 멋진 갤러리로 변신

비엔날레 디데이 3일. 도서관 2층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한편에 축제사무국 임시 사무실을 꾸렸다. 작품도 모두 이곳으로 옮겼다. 작품을 다시 하나씩 확인하고 도서관 돌며 작품 전시를 어떻게 할지 의견을 나누고 서로 계획을 공유했다. 작품 중에는 2014년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인 슌덜번에서 침몰한 유조선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 2013년 종교 갈등으로 촉발된 불교도 마을 습격사건과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난민 문제 등 방글라데시의 주요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로힝가 난민 이슈를 다룬 작가는 오랜 시간 관심을 두고 작업해온 인도 사진작가로 미얀마 난민센터에서 찍은 사진으로 이번 비엔날레에 함께 하게 됐다. 로힝가 부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계 소수민족으로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고 있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이 로힝가 문제를 놓고 수년째 홍역을 치르고 있다. 로힝가 이슈를 다룬 사진은 실내가 아니라 전시관 밖 담에 전시하기로 했다. 관객들은 방범창 넘어, 로힝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공사가 진행 중이라 부족한 게 많은 공간이었다. 세련된 갤러리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주변의 것을 살려 우리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공사가 진행 중이라 부족한 게 많은 공간이었다. 세련된 갤러리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주변의 것을 살려 우리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  2014년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인 슌덜번에서 침몰한 유조선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소재로 한 사진작품  ⓒ DAP LS
▲  로힝가 난민 사진 전시 설치.  로힝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 Orchid Chagma


▲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준비 중  ⓒ Orchid Chagma

비엔날레 디데이 2일부터는 본격적으로 갤러리별로 작품 설치가 시작됐다.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질 한국 갤러리와 아이들의 종이접기로 꾸며질 종이접기 갤러리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두 방에 배정됐다. 크기나 위치는 마음에 들었지만, 방의 분위기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완공되지 않은 방의 벽은 투박하고 거칠었다. 두 갤러리의 작품 설치는 물론 공간을 콘셉트에 맞게 꾸미는 것도 우리 몫이었기 때문에 작품 전시에 대한 압박감은 커졌고, 이 거친 공간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다. 어론노 다다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즐겨야 해. 이 두 공간만큼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 너희가 즐기지 못하면서 이 공간을 꾸민다면, 절대 재미있는 공간이 되지 못할 거야. 그리고 작품만으로 상상하는 이미지도 있지만, 너희가 직접 섭외하고 만나서 소통했던 작가의 생각, 분위기. 그리고 너희 사진들도 전시되잖아. 이곳에서 이 작품들을 너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없어. 기술적인 도움은 언제든지 줄 테니까. 너희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봐."  


"'즐거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고민해봐!"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론노 다다와 셥보 다다가 중간중간 확인을 하며 조언을 줬다.


한국 갤러리도 문제였지만, 종이접기 갤러리도 문제였다. 아이들의 작품만으로 방을 채우기에는 작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고민도 커졌다. 종이접기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고민하다 종이접기 갤러리에 아이들 키 높이에 맞춰 종이로 나비를 접어 천사 날개를 만들어 포토존을 만들고 색종이를 찢고 조각을 붙여 방글라데시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중간에 워크숍까지 진행해야 해서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워크숍이 끝나면 7시 반. 10시가 넘으면 머무는 집의 대문이 굳게 닫혀버려 간이 9시가 넘으면 일찌감치 집에 가길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선택의 여지 없이 연이은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 눈썰미 좋은 친구들이 붙어 우리의 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꼬박 3일. 우리 둘만 작업했다면 절대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함께라서 할 수 있었고 즐길 수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더위와 모기, 잠과 싸워가며 한 밤샘 작업이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억나는 순간들이 많다. 밤샘 작업 중 상미 몰래 상미의 생일파티를 한 기억, 우리의 손을 덜어준 친구들과의 밤샘 수다, 깊은 밤 정신이 몽롱해질 때면 노래를 불러 우리만을 위해 콘서트, 새벽에 배탈이 났지만 화장실이 없어 고생한 기억 (화장실도 설치 전이었다)까지도 추억 부자가 됐다. 

▲  밤샘 작업 중 생일을 맞은 상미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인 친구들.  ⓒ DAP LS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팅은 오마이뉴스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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