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PLS 이혜령 Nov 06. 2015

10화. 행복해지는 주문

아트 비엔날레 ⑩ 콕스바잘 비엔날레, 오늘은 어린이 날

▲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에서 열린 어린이 그림 그리기 행사  ⓒ DAPLS

비엔날레 둘째 날, 모든 시간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배정됐다. 오전 그림 그리기 행사를 시작으로 종이접기 갤러리도 둘째 날 정식 오픈되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워크숍 참여 학생들의 인형극 공연까지 이어졌다. 그림 그리기 행사에는 3살짜리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이 100명 넘게 참가했다. 그림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도 없었고 시상식도 없었다.


▲ 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에서 열린 어린이 그림 그리기 행사  ⓒ DAP LS

비엔날레 둘째 날, 모든 시간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배정됐다. 오전 그림 그리기 행사를 시작으로 종이접기 갤러리도 둘째 날 정식 오픈되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워크숍 참여 학생들의 인형극 공연까지 이어졌다. 그림 그리기 행사에는 3살짜리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이 100명 넘게 참가했다. 그림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도 없었고 시상식도 없었다.


크레파스로 그리는 아이, 색연필로 그리는 아이, 물감을 사용하는 아이, 풍경을 그리는 아이, 물고기를 그리는 아이, 눈을 그리는 아이, 그림을 그리다가도 골똘히 한참을 생각하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 가지고 온 크레파스에 그려져 있는 물고기를 따라 그리는 아이 등 누구도 어떻게 그려라, 그렇게 그리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그리면 됐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도 다양했고, 완성된 그림도 다양했다. 행사가 끝나고 끝까지 자신의 그림을 내지 않겠다고 했던 3살짜리 꼬마 아이를 제외하곤 참여한 모든 아이의 그림이 전시됐다.   


▲ 종이접기 워크숍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찾았다.  ⓒ Orchid Chagma
▲ 자신의 꿈을 접착 메모지에 적고 있는 어린이  ⓒ Orchid Chagma

 

▲ 예슬이의 꿈과 방글라데시 아이들의 꿈이 만났습니다  ⓒ DAPLS

종이접기 갤러리가 오픈하자, 워크숍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자신이 참여한 작품을 제일 먼저 찾고 작품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과 꿈을 묻는 프로젝트와 행복을 묻는 '행복 찾기'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꿈을 접착 메모지에 적어 한국에서 가지고 간 예슬이의 포스터에 붙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처음 시작한 친구들에게만 질문하고 이후로는 아이들 스스로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메모지와 펜만 남겨뒀다. 의사와 경찰, 선생님, 미술가가 되고 싶다는 직업을 적은 아이들도 있었지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아이나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아이 그리고 '다시 우리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아이 등 다양한 꿈과 소망, 계획들이 쏟아졌다. 아이들의 꿈을 격려할 뿐 아니라, 아이들의 꿈을 기억하고 지키겠다는 어른들의 약속을 담았다.  


행복 찾기 프로젝트는 갤러리에 찾아온 모든 아이와 가족들에게 "행복하세요?" 묻고, 행복하다고 말하면 하트 스티커를 주고 방글라데시 지도에 붙이게 했다. 행복이 가득한 방글라데시의 모습을 함께 만들고 선물해주고 싶었다. 한때 가장 행복한 나라였던 방글라데시의 사람들은 더 이상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4년 전, 처음 방글라데시에 도착하고 이 나라가 왜 가장 행복한 나라인지 궁금했다. '(나라가 이런데) 당신들은 왜 행복하다 말하죠?' 기회가 되면 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했었다.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는 행복지수가 높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행복지수가 아니라 체념 지수'이거나 교육받지 못해 삶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질문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행복의 조건이나 자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 텐데, 마치 그런 것이 있는 것처럼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왜 행복한지 따지듯 물으며 은연중에 그들에게 불행을 강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뒤늦게서야 들었다. 다시 묻고  싶어 졌다. 행복을 강요하는 질문일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이벤트일지 모르겠지만, 질문하는 순간 행복하고 다시 그 순간을 기억하면서 행복해지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것 같았다.


행복하냐는 내 질문에 모두가 행복하다고 대답했고, 방글라데시 지도에는 하트가 늘어났다. 지금, 이 순간 태어나서 가장 행복하다는 아이들 스티커를 두 번 세 번 받아 가 지도에 붙이기도 했다. 그 순간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은 꼭 행복해지는 마법의 주문 같았다.

▲ 행복 찾기 프로젝트 중, 오늘이 제일 행복하다는 어린이.  ⓒ Orchid Chagma


덧붙이는 글 | 이 포스팅은 오마이뉴스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이전 09화 9화. 콕스바잘, 제주의 매력에 빠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