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담은 라밧을 뒤로하고, 마라케시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라밧에 있는 동안 빨리 사막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드디어 라밧을 뒤로한다는 생각이 피로감이 가시나 싶다가도 걸음걸음에 피곤함이 묻었다.
길 건너편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횡단보도는 있는데 신호등이 없었다. 신호등이 없는 팔 차선 도로 위에 횡단보도는 왜 존재하는지 알 길이 없다. 도로 위는 누구라도 칠 기세로 달리는 차들이 가득했다. 차가 없는 틈을 타서 건너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보행자에게 배려는 없었다. 이렇게 건너다가 진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버스정류장을 눈 앞에 두고 한 참 그러고 있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손을 건넸다. 아주머니는 무어라 말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아주머니는 미소를 짓더니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도로 위에 차가 없는 것처럼 걸었고, 나는 아주머니만 졸졸 따라갔다. 내 앞뒤로는 차가 쌩쌩 달렸지만 무섭지 않았다. 도로를 건넌 후, 아주머니는 도로를 건너기 전처럼 웃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더니 볼 키스를 했다.
계속 보고 있으니 코끝이 찡해져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에 몸을 싣고서도 한참 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번엔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옆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할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사내가 할머니의 짐을 버스 짐칸에 올렸다. 사내는 앉아 있는 노모의 얼굴을 잡고 몇 번이나 볼 키스를 했다. 할머니는 마른 손으로 아들의 손을 꼭 잡고서 손등을 토닥거렸다. 그리고 아들의 얼굴에 시선을 두고서는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 명절맞이로 아들네에 온 것 같았다. 눈빛에는 아쉬움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할 시간쯤 되어 아들은 내려갔고 할머니는 눈물을 참으셨던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찌나 많이 우시던지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닦아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이 슬퍼 나도 모르게 할머니 손을 잡았는데 할머니는 나를 쳐다보고 내 손을 꽉 잡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한 삼십 분쯤 흘렀을 때 할머니는 가방에서 자두 두 알, 그리고 종이에 둘둘 말린 샌드위치와 초콜릿을 반 잘라 내게 건넸다. 한참 울다가 먹을 것을 건네는 할머니가 너무 귀여워 보여서 웃었더니 자꾸 말을 거신다.
나는 … 여기 말할 줄 몰라요………
나는 그동안 외로웠던 게 분명했다. 손을 잡아준 아주머니와 손이 필요했던 할머니를 만나 눈물이 날 뻔했으니까 말이다. 작은 일에 마음이 짠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리움이 쌓여 외로움이 되었는지 엄마 아빠가 생각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르고, 홈 메이트들도 그립고, 친구들도 보고 싶다. 마음이 말랑말랑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