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103동 303호입니다.

프롤로그

by 쏘쏘킴

언젠가 밥을 먹다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도 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나?”

‘니가 맛있게 먹으면 엄마도 배가 부르지~’

뭐 이런 흔한 드라마 속 대사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정작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 니가 먹는 거 아까우니까 조금만 먹어!!!”

엄마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부엌에 내도록 서서 정성스럽게 한 음식을 한가득 차려준다.

아침에 나를 깨우는 소리도

“일어나서 밥 먹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를 반기는 소리도

“와서 밥 먹어”

늦게 들어오는 날은

“밥 먹었어?”

엄마에겐 식구들 밥을 챙기는 일이 자기 일이자 의무라고 생각하나 보다.

사 먹으면 편한데도 손수 음식을 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엄마의 정성스러운 음식은 요리 경연대회에 나가도 우승할 것 같은 맛이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엄마는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방송을 볼 때마다 엄마는 손에 잡히는 종이에 방송에서 알려주는 레시피를 쓴다.

그 종이가 메모지, 신문지, 다 쓴 휴지 각, 영수증, 세금고지서 등등 다양하다.

엄마 글씨가 적힌 종이들이 거실 탁자 위를 점령하고 있다.

그중에 시도한 요리들은 몇 개 안 되지만.

내가 엄마 레시피를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던 날,

저녁 식탁에 삼겹살+부추+파 삼합이 올라온 날이었다.

아빠의 젓가락질도 막은 채로 급하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엄마, 엄마가 만든 음식으로 책을 만들어야겠다.”

“뭔 책?”

“이거 만드는 방법을 글로 적는 거지.”

“적을 게 뭐가 있노. 이거 그냥 다 넣고 구운 건데? 이걸로 뭔 책?”

“다 적을 방법이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 음식 할 때 사진 찍어놔야한디.”

“밥 하다말고 사진을 어떻게 찍노!! 됐다마!!”

이런 대화가 오간 며칠이 지나고 퇴근 후 집에 들어오는데

“야! 얼른 와서 이거 찍어봐”

라는 소리에 간 부엌에서는 엄마가 파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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