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애들이랑 사냥놀이 진짜 많이 해야지~ 생각했는데 아직 아기라 쿨쿨 자는 시간이 길어서, 한밤중이 되기 전까진 놀아준 시간을 다 합해도 40분 남짓 될 것 같다. 밤에는 계속 오도도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나는 자야하니까 밤엔 애들끼리 놀으렴.
지금도 한바탕 약이 올라서 오뎅꼬치를 사냥하는 콩떡이와 놀고, 말랑이를 거실에서 놀아주려고 데리고 나왔더니 엥엥 우는 폼이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밥을 한움큼 줬더니 둘이 잘 먹었다. 애들을 재우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애들 이 다 났으니까, 이제 사료를 물에 안 불려줘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한번 사료를 그대로 줘 봤다. 오도독 오도독 잘 씹어먹길래 그릇에 사료를 한 움큼 부어주고 잤다. 다음 날에 놀기는 평소처럼 노는데 밥은 좀 덜 먹는 것 같아서 백신 맞고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내가 화이자 맞고 끙끙 앓았던 거 생각하면 조그만 냥이들도 주사맞고 좀 컨디션 안 좋을 수도 있지.
그리고 일요일인데도 감사하게 모래 배송이 왔다! 먼지가 너무 나서 화장실 치워줄 때마다 내가 호흡기 질환 걸릴 것 같아서 먼지 잘 안 나고 응고 잘된다는 가필드 모래를 사봤다. 기존에 쓰던 모래랑 워낙 달라서 샥샥샥 일단 화장실에 조금 섞어주기.
그리고 콩떡이가 화장실에 냉큼 들어갔다.
"구글아, 지금 쟤가 모래 먹는 거야?"
"어, 진짜? 먹는 거 같은데?"
으악. 급하게 들어올려서 입속에 있는 모래 알갱이를 건져냈는데 몇 알은 먹은 것도 같았다. 내가 콩떡이 입을 억지로 벌리는 날은 양치를 처음 시켜주는 날일 줄 알았는데 오늘일 줄은 몰랐어.
처음엔 모래를 바꿔서 그런가 했는데 혹시 배가 고픈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밥을 다시 물에 불려서 줬다. 갑자기 건사료를 주는 게 급한 것 같아서 사료를 불려두고 마침 오 분쯤 지났던 참이었다.
둘다 불린 밥을 열렬하게 먹기 시작했다. 미안해서 가슴이 찌릿했다. 얼마나 배고팠으면 길냥이처럼 흙을 파먹었을까. 불리는 물의 양을 조금씩 줄여갔어야 하는데 갑자기 낯설게 해서 미안해. 옆에서 구글이가 속 편하게 "그럼 말을 하지~"하길래, "고양이들이 말을 어떻게 해!"하고 쏘아붙였는데, 배고프다고 한 번 보채지도 않고 참다가 흙을 주워먹은 걸 생각하니 더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어졌다. 나름대로 종일 열심히 지켜보고 챙긴다고 했는데, 몰랐던 것도 미안하고. 그래도 그 현장을 바로 봐서 다행이다. 이렇게 점점 서로 소통에 가까워지는 것이겠거니 싶기도 하고. 하긴 평소에도 낮엔 밥을 많이 안 먹었는데 바로 알아차리면 내가 텔레파시 소유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