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작곡가, 가수, 모델과 같은 직업을 자신의 생업과 함께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직업과 관련한 또 다른 마음의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전업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산다면 겪지 않을 고민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먹고살기 위해 직장이라는 것을 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역할의 혼돈'을 경험하게 된다.
아직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생업 전선에 육신을 두고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을 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그날을 꿈꾸며, 생업을 이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 그 생업이 직장을 다니는 것인 사람들이 있다. 회사의 목적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이들에 해당한다. 이 사람들은 직장생활과는 별개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삶의 고민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중에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역할의 혼돈'으로 마음이 고달픈 직장생활을 하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잘 하는 것이 곧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이들에게 직장생활은 단지 생업에 불과한 것이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직장 밖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어느 정도 인기를 얻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는 여건에 놓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그냥 직장생활만 하고 있으면 하지 않을 생각인데 직장 밖에서의 자신의 이미지가 직장에서의 자신의 모습인양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직장 밖에서의 자신을 직장으로 끌고 와 스스로를 옥죄는 결과를 만든다. 그저 직장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인데 그것 이상을 해내려다 자신만 힘들게 한다.
아울러 밖에서 조금 유명해졌다고 직장에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직장에서는 직장에 소속된 누구누구일 뿐인데 그것 이상으로 자신을 높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이미 마음에는 자신만의 계급이 형성되어 버렸고, 그것의 상층부에 있는 자신을 직장동료들이 그에 걸맞게 대접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 작곡가, 가수, 모델 …, 또는 다른 일로 직장 밖에서 성공을 했다고 해서 직장에서도 그것으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은 그저 직장일 뿐이다. 먹고살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직장은 그저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자신의 목적을 충족하고 있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따라서 직장 밖에서 이룬 것을 직장에서도 누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또한, 직장 밖에서의 자신을 직장으로 가져와 스스로를 옥죌 필요도 없다. 스스로 자신의 굴레를 만들어 자신을 괴롭게 할 필요가 없다. 마음에서 계급을 내려놓아야 마음이 힘들지 않은 것이다.
회사 밖에서 명성과 지위를 얻었다고 직장에서도 자신이 그 역할을 동일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를 박차고 나가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서 생업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그곳에서의 자신의 목적만 충족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마음에서 계급 내려놓기'는 생계와 비전에 대한 삶의 균형을 도모하면서도 현명하게 스스로를 통제하는 지혜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