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만난 지인과 식사를 하고 난 후 조용한 카페의 한편에 앉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기가 무섭게 지인은 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즘 제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지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요. 박사과정 들어가려고 지난 5년간 쓸 돈도 안쓰면서 열심히 모아둔 자금이 있는데 그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왜 갑자기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살고 있는데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아울러 앞으로를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박사과정 마쳤다고 과연 교수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경제적 풍요도 과연 원하는 데로 따라올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얼마 전에 부동산 투자 관련 책들을 몇 권 읽어봤는데 이 분야도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자의 반열에 오르려면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얼마 남지 않은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잠도 안 오더라고요."
나는 지인의 갑작스러운 고민상담에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인의 모습이 보였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번뇌에 힘들어했을 그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지인은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교수의 꿈을 향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온 사람이었다.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박사과정에 들어서는 문턱에서 자신의 오랜 꿈을 접고,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겠다고 한다 …
무엇이 그를 번뇌하게 만든 것인가? 왜 갑자기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지인은 한 것인가? 그는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고, 열심히 산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토록 원하던 교수가 된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버렸다.
언제나 허덕이는 삶, 자신과 가족의 보금자리가 될 집 한 채도 자기 소유로 가지기 어려운 팍팍한 현실을 이대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싫어졌다. 그는 바꾸고 싶었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를 얻고, 자신이 원하는 데로 삶을 누리며 살고 싶었다. 더 이상은 살기 위해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부동산 투자였다.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부동산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이제 먹을게 별로 없어진 끝물일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줄 유일한 길은 그것뿐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그는 잠이 오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박사과정을 하려고 모아 온 돈을 모두 사용해야 했다. 그와 함께 오랜 꿈도 접어야 했다. 그러나 너무나 팍팍한 지금의 현실을 벋어나려면 이것뿐이라는 생각이 떨쳐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관련 서적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더 늦기 전에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지 않으면 정말 안 될 것만 같았다.
그의 고민의 핵심에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저성장 시대, 지금의 팍팍한 현실을 체감하면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욕망은 강력한 번뇌를 그에게 주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오랜 꿈까지 포기하더라도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고 싶다고 욕망하도록 만드는 살기 고달픈 현실에 대한 인식은 그를 더 번뇌하게 만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인은 박사과정을 하기 위한 자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본래 꿈꾸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자기 삶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지금 당장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어야 할 만큼 그것을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생각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음으로써 번뇌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마음을 시달리게 하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생각을 접어버림으로써 괴로움을 벗어버렸다. 괜스레 삶을 우울하게 만든 괜한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리니 더 이상 마음이 괴롭지 않았다.
생각으로 인한 번뇌의 고통, 그것에서 벋어 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이 한 생각대로 완전하게 행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한 생각을 완전하게 하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확정하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번뇌도 없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니깐 괴로운 것이다. 생각과 고민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번뇌는 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방법은 자신의 마음을 확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대로 완전하게 행동하거나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않으면 된다.
생각한 대로 완전하게 행동하게 되면 그 생각은 자신의 희망이고 비전이며 실행 지침이 된다. 그리고 이후의 삶은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므로 괴로울 이유가 없다. 그러나 완전하게 생각대로 행동하지 못하니깐 또다시 번뇌하는 것이다.
아울러 생각한 것을 완전하게 하지 않으면 이어지는 번뇌도 없다. 자신의 마음을 살펴서 의사를 확정하고, 자신이 결정한 삶을 살아갈 타당한 이유가 마음에 명확히 자리 잡으면 번뇌의 고통도 없다. 자기가 결정한 삶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이 뻗지를 않으니 마음에 분란이 일어날 일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