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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의 삶은 괴로운가?

비혼을 선언한 30대 초반의 K는 얼마 전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고시원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비혼을 선언한 이상 계속해서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 K는 꼭 필요한 짐만을 챙겨서 직장 근처의 고시원으로 거처를 마련하였다.  


방안에 조리시설과 세탁시설만 없지 화장실을 포함한 편의시설이 거의 다 갖추어진 고시원 단칸방에서의 생활은 K의 예상보다는 편안했다. 그러나 몇 달간 독립의 달콤함을 맛보며, 나름 고시원 생활에 흡족해하던 K의 단칸방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 한창 방바닥에서 따뜻한 온기가 올라와야 할 시기에 방은 냉골이었다. 방 안의 화장실에서 온수는 그럭저럭 나오는데 방은 차가웠다. K는 아직 겨울이 아니라서 보일러를 완전히 가동 안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일주일을 견뎠다. 그러나 여전히 방안은 냉골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K는 고시원 관리인을 찾아갔다. 방이 춥다고 K가 말하자 관리인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K의 방에 온기는 드리워지지 않는다. 다음날 회사에서 퇴근한 K는 다시 관리인에게 방이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관리인은 보일러를 점검했으며, 잘 돌아가고 있다고 대답한다.


K의 고시원 단칸방이 냉골인 이유가 있었다. K가 살고 있는 고시원은 원룸형 고시원으로 한 층에 방수만 해도 15개가 넘었다. 그러나 그 방들을 커버하는 보일러가 오직 한 대뿐이었다. 애초에 보일러 한 대로 후끈한 온기를 15개가 넘는 방에 모두 불어넣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울러 언제나 과부하에 시달리는 보일러다 보니 보일러를 가동하는 시간 때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보일러를 가동하고 있어도 K가 온기를 체감하기에는 미약했던 것이었다.


이후 K는 고민이 깊어졌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K는 이런 곳에서 한겨울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기온은 종종 영하로 떨어지던 시기에 다른 집을 알아보자니 집도 없고, 돈도 없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냉골의 단칸방에 누워 부모님 집에서 나온 자신을 K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당차게 비혼을 선언하고 부모님 집에서 나올 때는 언제고, 다시 또 부모님 집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K는 하고 있었다.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밀려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숨 쉬면 입김이 나오는 냉골의 단칸방 안에서 한없이 나약하기만 한 자신이 K는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인간을 괴롭게 하는 것은 인간의 생활이고,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우리의 삶이 괴로운 이유는 우리가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는 괴롭다.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수많은 무엇 무엇이 우리를 괴롭게 한다. 부유하고 가난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이 많고, 적고의 문제도 아니다. 삶을 사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 때문에 우리가 괴로운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고, 생활은 우리를 괴롭게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삶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생활 자체가 괴로움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어려움이 닥쳐도 무덤덤하게 헤쳐 나아갈 수 있고, 마음을 내려놔야 할 때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도 있다. 이미 삶이 녹녹지 않음을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기에 자신이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괴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삶이 힘들어도 힘들지가 않다. 그러나 번뇌하는 우리의 마음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자괴감, 열등감, 괴리감 …, 마음 때문에 느끼는 수많은 감정으로 인해 우리는 괴롭다. 어려움을 느껴도 어렵다고 느끼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아닌데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은 마음 때문에 우리는 괴롭다. 산다는 것이 당연히 어려운 것임을 인정하고 살아가면 그래도 좀 괜찮은데 그러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우리는 끝도 없이 시달린다.


"인간을 괴롭게 하는 것은 인간의 생활이고,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라는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그것을 알고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훨씬 편안해진다. 그 이유는 진리를 알고, 인정하고 사는 것 자체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괴로운 일상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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