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타츠(こたつ)가 있었으면 좋겠다

[남편이 쓰는 신혼일기]


연말에 처가댁을 방문할 때면 거실에는 늘 고타츠(こたつ)가 설치되어 있었다. 고타츠는 테이블 상판 밑에 전열기구가 장착되어 있고, 상판에 고타츠용 이불을 덮어서 사용하는 난방기구의 일종인데 테이블 위를 덮고 있는 큼지막한 이불의 매력은 가히 치명적이었다. 일본의 가족들은 밤에 취침을 할 때와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생활을 고타츠를 중심으로 영위해갈 정도였다.


나는 일본의 처가댁에서 처음으로 고타츠를 경험했다. 난방을 하면 방바닥이 따뜻해지면서 방 전체가 따뜻해지는 한국의 난방형태에 익숙한 나는 바닥에는 카펫을 깔고, 고타츠를 두며, 공기를 데우는 히터를 작동해서 방을 따뜻하게 하는 일본의 난방방식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고타츠로 모이는 일본 가족들과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틈만 나면 고타츠의 품에 들어가 있는 내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왜 고타츠로 향하는 걸까?'


처가댁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나는 문득 생각을 해보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거실에 있는 고타츠로 향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에서 자기가 할 일들을 하면 될 것인데 가족들은 왜 그 할 일들을 굳이 고타츠로 가져와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타츠로 모이고, 그곳에서 각자가 할 일들을 하며, 대화의 장을 펼치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은 무엇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인지 나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고타츠로 향하는 이유는 고타츠가 따뜻하기 때문이었다. 보일러를 돌리면 집 전체가 따뜻해지는 중앙난방 방식이 아니라 각 방마다 개별적으로 온열기를 이용해 난방을 해야 하는 구조적 이유 때문에 일본의 가족들은 고타츠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 집에 와서 바로 고타츠로 가면 냉골인 자신의 방에서 덜덜 떨면서 히터를 틀고 방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전원만 켜면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고타츠의 이불 속은 온몸을 감싸는 냉기에서 벗어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고타츠가 단순하게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이 거의 모든 생활을 고타츠를 중심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만약 가족 간에 한 공간에서 함께 있는 것이 편안하지 않고, 서로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고타츠로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것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간에 친밀하고, 화목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테이블 하나에 모두가 모여 있을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다만 30분도 함께 있는 것이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고타츠로 향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고타츠가 따뜻하기만 해서는 아니었다. 고타츠의 포근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족 간의 정다움이 서로를 고타츠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고타츠에 모여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고, 그곳에서 책을 보든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든지 그 밖에 다른 무엇을 해도 눈치 보이지 않고 편안하기에 우리 가족은 고타츠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이었다.



처가댁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한국의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고타츠(こたつ)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내와 나 단둘이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고타츠가 필요 없지만 아이가 생기고, 현재의 집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거실에 고타츠를 하나 마련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아이가 성장하면서 고타츠의 포근함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충분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단순하게 따뜻한 이불이라는 물리적인 영역을 넘어서서 고타츠가 가족 간에 끈끈한 정을 나누는 소통의 장소이자 하루의 피로를 풀고, 충전을 하는 힐링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행복한 우리집을 꾸려가고 싶다.


"こたつがあったらいいなあ…。(고타츠가 앗타라이-나- …, 고타츠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 03화 "아버지, 어머니! 한국 아들이 왔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