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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Sep 26. 2023

암 쏘 핫 난 너무 여성스러워.?

에스트로겐우세증/ 자궁내막증/ 선근증

산부인과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내 또래 여성들이 아가씨이던 시절엔 무슨 일이 있지 않으면 처녀 때는 굳이 산부인과에 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자궁후굴이네요.
생리통이 남들보다 더 있을 수 있어요.


"그게 뭔가요 선생님?"

"로다비님은 자궁 모양이 뒤로 휘어져 있다는 건데, 뭐 큰 문제는 없어요."


매달 생리통에 시달리고 생리양도 너무 많아

학교에서 의자가 다 젖는 일이 있기도 해 (무려 남녀공학이었단 말이다), 엄마와 산부인과를 찾았다.


생리의 양상과 색깔, 덩어리, 주기, 통증...

큰 맘 먹고 간 만큼 궁금한 게 많았는데

'여자가 돼서 그런 것도 모르냐, 거 참 별 문제없다니까'하는 그녀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나는 그 뒤로 다시는 산부인과에서 여선생님께 진료를 보지 않게 되었다.

한방병원에서 뜸과 침 치료를 몇 개월 받으니 조금 차도가 있는 것도 같아 그 정도 수준에서 이건 그냥 나의 숙명이려니 받아들이고 살았다.


그리고 진통제 덕후가 되었다.

생리 시작하면 통증 때문에 이틀은 좀비처럼 지내고

약은 매달 최소 한통 정도는 기본으로 먹는 게 일상다반사였기 때문에

책상 서랍에도 학교 사물함에도 책가방에도 핸드백에도 진통제를 꼭 가지고 다녔다.


별난 자궁과 더불어, 나에겐 생리 시작날짜를 백 프로 맞춰버리시는 유난한 쭈쭈가 있었다.

쭈쭈님의 점지에 따라 시작되기 전에 미리 진통제 한 알을 먹고 대비하곤 했다.

이런 경력 덕분에? 결혼하고 나 시어머님이 두통이 종종 있으셨는데 "네가 주는 진통제는 무척 잘 듣는다"는 찬사를 받곤 했다.


점차 인터넷의 발달과 의료정보의 공유로 내 증상들이 에스트로겐 우세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없었다.

처녀인데 미레나를 할 것도 아니고, 피임약 복용은 엄마가 절대 반대하셨다.

"내가 옛날에 결혼 초에 피임약 먹어 봤는데, 그건 사람이 먹을 게 못 되는 약이야! 엄마가 모르면 몰랐지 그게 어떤 약인지 알고도 너한테 못 먹여!"


그렇게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첫 아이 임신을 확인하는 날이 되어서야 나는 처음으로

내 고통에 대한 이름을 하사 받게 된다.


선근증이 있으시군요.
배뭉침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땐 진통주기 어플을 켜고 꼭 간격을 확인하세요. 만약 10분 주기가 되면 곧바로 병원에 오셔야 합니다.




병의 치료도 아닌 진단을 받기가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릴 일인가.

15세에 첫 시작으로, 28에 진단을 받기까지

나는 무려 13년을 산부인과와 한방병원을 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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