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다비 Sep 26. 2023

아빠 배는 뚱뚱해 엄마 배는 딴딴해

선근증/ 자궁내막증 환자의 임신출산기

나는 늘 생리통이 심했다.

PMS도 무척 심했다. 감정기복은 물론이요 특히 가슴이 예민했는데,

'아 오늘 시작한다!' 하는 느낌이 와서 패드를 준비하면 그날 여지없이 시작됐다.

적중률 백 프로였다.


생리 기간에는 통증 때문에 정신이 혼미했고

양은 또 어찌나 많은지 오버나이트를 낮에 썼다.

밤에는?

방수팬티 + 오버나이트를 두 장 썼다!


마치 아랫배에서 심장이 벌떡벌떡 뛰는 것 같았다. 


편두통을 달고 살았다.

도 늘 많아, 팬티 아랫부분을 다 적실 정도였다.

그런데 항상 냄새도 나지 않고 맑은 냉이었기 때문에 이상이 있는 걸로 여기지 못했다.

땀 많은 사람이 있듯이 냉도 그런 것인 줄 생각했다.  


그런데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자궁 곳곳에 선근증 병변이 많이 보인다는 얘기와 더불어 이 병은 참는 데까지 참아 보다가 적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였기에, 아직 임신 계획이 있는 이십 대였던 나는 "참아볼게요"라는 말밖에 달리 할 수가 없었다.


선근증은 자궁 체부의 근육층으로 생리혈 (자궁내막세포)가 스며들어 자궁을 두꺼워지게 하고 딱딱해지게 하며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나는 이 병이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평생에 생리는 너무나도 아프고 힘든 거였으니까.


둘째 임신 확인 때는 이제 상당히 두껍고 커지고 곳곳에 피고임까지 있는 반항아적인 자궁이 되어 있었고, 이 자궁은 계속 말썽을 일으킨다.

임신도 쉽지 않았을뿐더러, 재태기간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늘어나줘야 하는데, 나는 자꾸 배가 뭉치고 딴딴해져서 숨이 막히고 가빠올 지경이었다.


둘째 임신 27주 차의 어느 날이었다.

아직 예정일은 멀었는데 배뭉침이 5분 간격이었다.

배가 너무 강하게 쪼이고 아팠다. 숨이 막혔다.

이대로 있다간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 같았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니

진통이 진행되고 있고 자궁경부도 조금 내려왔다고

이대로는 집에 보내줄 수 없다고 하신다.


째는 이모할머니댁에 맡기기로 하고 입원을 했다.

조산방지제인 라보파를 주사하며 병실로 천천히 올라갔는데

갑자기 귀에서 삐- 소리가 났다.

온 세계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것 같았다.

온 몸을 어찌 가눌 수가 없었다.

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토를 참을 수가 없었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병실 바닥에 토를 쏟고 말았다.

2인실이었는데, 먼저 입원해 있던 산모가 간호사를 불러주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 온몸에 뜨거운 느낌과 견딜 수 없는 오한이 함께 들었다.

너무 공포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만 후두둑 ...


먼저 있던 산모도 조산기운 때문에 있던 분이었는데

우린 둘이 함께 얼싸안고 엉엉 울고 말았다.

아기를 가지고, 임신기간을 별 일 없이 지내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독자님의 하트는 작가에게 행복입니다 :D
아래의 라이킷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이전 03화 대체 내가 어쩌다 임신이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