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순간만큼은 맑은 공기와 산소가 참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 괜찮아지니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보호소 입구의 왼쪽에서는 한 남자가 페인트로 벽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무얼 그리고 있나 가만히 보고 있는데 입구 안쪽에서 사육사 두 명이 마중을 나온다.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던 이들은 영어로 보호소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라마와 알파카, 비쿠냐, 과나코는 낙타과 동물로 생김새가 낙타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아메리카 낙타라고도 불리는데 가까이서 보면 그 생김새나 털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다.
사육사는 라마의 털이 알파카보다 조금 더 뻣뻣하고 알파카의 털이 훨씬 부드럽기 때문에 알파카의 털이 비싸게 팔린다고 했다. 알파카의 털들은 세계 각지로 수출되어 점퍼나 이불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국내에서도 알파카 털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꽤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라마들과 시간을 보내고 동물보호소 중앙의 넓은 곳으로 나와 돌계단에 앉았다. 잠시 쉬면서 각자 챙겨 온 간식거리들을 꺼내 먹고 있는데, 사육사가 반대편에서 뒤뚱거리며 걷는 누군가를 데리고 오고 있었다.
'어?!! 저거 뭐야?'
'꺄야~!!'
그들이 가까이 왔을 때쯤 다들 기겁을 하며 깜짝 놀랐다. 뒤뚱거리며 걷던 누군가는 사람이 아니라 '콘도르'였다. 심지어 그 크기가 성인 남성의 절반 정도 되니 다들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행 중 여자아이들과 몇몇 사람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우리는 그동안 동물원에서 기껏해야 독수리 정도를 봤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콘도르를 보니 그 생김새와 자태에 위엄과 매서움이 함께 느껴져 무섭기까지 했다. 콘도르는 맹금류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몸길이가 1.3m 이상, 몸무게가 10kg에 이른다. 그런 거대하고도 매섭게 생긴 콘도르는 우리 쪽으로 뒤뚱뛰뚱 걸어오더니 잠시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이때, 사육사가 신호를 보내자 콘도르는 커다란 날개를 펄럭거리더니 맞은편 둥지로 힘차게 날아갔다.
'꺄아~!!!'
펄럭 거리는 날갯짓에 여자아이들은 또 한 번 비명을 질러댄다. 콘도르가 맞은편 둥지에 안착하니 또 다른 한 마리가 등장했다. 머리의 생김새가 다른 것을 보니 짝꿍인가 보다. 수컷은 머리와 턱 부분에 살이 달려있고 암컷은 매끈하게 생겨서 멀리서 보아도 암수 구분이 가능하다. 사육사가 먹이를 들고 신호를 보내자 처음 날아갔던 수컷이 다시 사육사 쪽으로 날아와 먹이를 낚아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확실히 맹금류의 '왕'이라 불릴만하다.
콘도르가 둥지에 돌아가고 나서야 우리는 보호소에 있는 다른 동물들을 살펴보고 다음 일정을 위해 다시 버스로 이동했다. 지금에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나는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종종 관찰하고는 했는데, 국내에서 못 보던 이색적인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다양한 동물들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모습들을 지켜보는 건 늘 흥미롭고 재미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