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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봉우리 '와이나 픽추'

by 상진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가 이어지는 산길 중간에는 와이나픽추로 들어서는 매표소가 있다. 하지만 와이나 픽추의 매표소는 표를 확인하고 방명록에 이름을 적을 뿐, 현장에서 티켓을 판매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와이나픽추의 입장은 하루 200명에서 400명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표를 예매해두어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그래서 미리 표를 예매해두지 않 현장에서 해결하려 한다면 입장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마추픽추에 오기 전 미리 예매해 두었기에 티켓을 보여주고 이름을 확인한 뒤 입장할 수 있었다.



마추픽추.jpg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



입구를 지나 산으로 오르는 돌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분명 처음에는 여유 있게 오르던 계단이었는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그 뒤로 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떼기가 어려워졌다.

중간중간 경사가 심한 곳들은 마치 암벽 등반이라도 하듯 올라야 다. 그렇게 오르는 동안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입고 있던 티셔츠가 흠뻑 젖은 데다 호흡은 목젖까지 차올라, 계단 옆으로 있던 큰 바위에 잠시 기대어 쉬어 가기로 배낭에서 물을 꺼내 충분히 입안을 적셔가며 천천히 들이켰다. '꿀맛'이라는 말이 이럴 때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입술과 목을 축여 온 몸에 구석구석 퍼지는 물은 아주 달았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산 옆으로 바라보니 그 밑으로 아득한 낭떠러지가 보인다. 일 년에 몇 명이나 와이나픽추에서 사고로 실족사한다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다시 낭떠러지 아래를 보니 더욱 아찔하게 느껴졌다. 지만 그 앞으로 안데스 산맥의 산들이 겹겹이 병풍을 치고 있는 모습과 그 위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들이 명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니 절경을 보고 있는 동안은 그 아름다움에 힘들게 산을 오르던 쌓였던 피로마저 잠시 잊을 수가 있었다.


잠시 쉬어가는 동안 외국인들이 지나쳐가며 '올라'라고 하며 인사를 한다. 나도 그들의 인사에 반갑게 '올라'를 외치며 인사를 되돌려주었다. 그들에게 뒤쳐지는 게 싫어 다시 돌계단을 밟고 줄을 당겨가며 참을 오르다 간신히 정상 지점에 도착했을 때, 기어코 도착했다는 승리감에 입 밖으로 환호성 터져 나왔다.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이자 페루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 그 정상의 고지에 서서 바라보는 안데스의 절경과 고대 잉카문명의 도시의 웅장함과 위대함은 평생 가슴과 머릿속에 그대로 새겨질 것 같다. 산을 오르느라 땀으로 뒤범벅된 그 시간이 희열로 바뀌는 순간

'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가 보다..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를 종일 돌아다니느라 내 상태는 말이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순간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었다. 분명 쉽지 않은 여행길이기는 하지만 마추픽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남기자면


'지금 당장 떠나! 그 순간이 너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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