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을 추구하고 싶지만 재미도 포기하지 못하겠고, 위험을 무릅쓰고 살자니 안정적인 삶이 그립다. 현실적인 애인과 안정적인 연애를 추구하다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능한 애인과의 특별한 연애를 꿈꾸기도 한다. 정확히 내 마음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더 있을 것만 같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서 여주인공 ‘율리에’는 나이는 많지만 작가로 어느 정도 명성을 얻은 이지적인 남자 친구와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좋았다. 대화의 밀도가 좋은 최고의 커플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엔 그런 현학적인 말 잔치의 대화가 지겨워지기도 한다.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에서도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한다. 아이를 낳고 싶고 온전한 가족이길 바라는 그와 통속적인 삶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어린 그녀. 사회적으로 너무 앞서있는 남자 친구 때문에 그저 어리기만 하고 아직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이 절정으로 치달은 어느 저녁 파티에서 우연히 젊고 몸과 마음이 단단한 한 남성을 만나게 된다. 커피숍에서 일하면서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고 직관적이고 저돌적인 배려 넘치는 남자 친구와의 새로운 만남에 들뜨던 날들을 보내다가도 그와의 가벼운 대화가 진절머리 나게 싫어지기도 한다. 알다가도 모를 내 마음을 누가 알리오.
하고 싶은 일도 마찬가지. 의학을 공부했다가 ‘몸’ 공부보다 ‘마음’ 공부가 하고 싶어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했고, 공부보다는 예술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사진 찍기를 시작한다. 우연히 인터넷에 공유된 글이 화제가 되면서 금세 작가를 꿈꾸기도 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뭐 하나 진득하게 해내는 법이 없는 것 같다. 무언가를 하고 싶고 무언가가 되고 싶지만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보고 있자니 과거의 한 시절이 떠오른다. 누구나 인생에서 나도 나를 어찌하지 못할 만큼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며 살아간다. 내가 선택한 이 전공이 내게 맞는지, 지금 만나고 있는 연인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지 의심스럽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 것만 같다. 마음이 시키는 것과 머리로 아는 것이 달라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100%의 마음이면 좋겠지만 51대 49 정도의 얄팍한 차이일 때도 있고 뒤늦게 반대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고자 하니 걸리는 게 많다.
지금의 선택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 선택이 최악일지언정 그 선택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 일에 내게 맞는지, 이 사람이 나와의 최선의 인연일지 아닐지는 의심하지 않고 나아가야만 알 수 있다. 인생이란 정답이 없는 각자의 답안지를 안고 살아가는 법. 누군가에겐 정답이어도 내겐 오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선과 위악 사이를 오가는 사이 온전한 내가 되기도 한다. 내 마음과 내 선택을 우선순위에 두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최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