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세상 사람은 다 알아도 내 가족만큼은 몰랐으면 하는 일이 있다.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어떤 이유로 마음이 내려앉았다고, 오랜 친구가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삐걱이지만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걱정에 걱정을 보태 괜히 일을 키워 생각하거나, 걱정 어린 말들이 커져 내게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니까.
그럴 때 나만의 대나무숲이 되어줄 친구가 필요하다. 오래된 동네 단골집 사장님일 수도 있고, 사회에서 만나 친해진 사회 친구일 수도 있고, 취미 모임에서 만나 같은 취향을 공유하며 학창 시절 만난 친구 못지않은 우정을 나누게 된 친구일 수도 있다. 나이가 꼭 같을 필요도 없다. 말이 통하고, 취향이 비슷하고, 대화가 즐겁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 친구가 되기도 하니까.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춤을 좋아하는 무한 긍정 소녀 ‘인영(이레 배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루아침에 엄마를 사고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게 된 인영은 밀린 월세 때문에 집에서는 쫓겨나야 할 신세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돈도 백도 없는 주제에 밝은 얼굴로 춤을 추는 인영을 친구들은 못마땅해한다. 친구들은 인영 앞에서 대놓고 가시 돋친 말을 쏟아 내고 부모도 돈도 없는 주제에 예술단에 오는 것도 모자라 늘 밝고 괜찮은 척, 씩씩한 척하는 것조차 눈엣가시다. 묵묵히 버텨내다가도 모진 현실이 힘이 부칠 때면 동네 아지트인 약국에 들러 약사 아저씨 ‘동욱(손석구 배우)’과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다. 한꺼번에 닥쳐 눈물이 쏟아지는 날엔 동욱 앞에서 엉엉 울기도 한다. 동욱은 대단한 위로의 말을 하기보단 인영이 불편하지 않게 소소한 농담을 건네고 가끔은 아재스러운 장난을 치고 만병통치약을 빙자해 아기상어 비타민을 건넨다. 속 깊은 친구의 위로의 방식일 것이다.
되는 일이 지지리도 없다. 인생에 내 편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괜찮아?라고 묻는 사람들이 지겹고, 괜찮아!라는 말도 크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무심히 건네주는 아기상어 비타민 한 알이면 족하다. 늘 괜찮을 필요는 없다. 가끔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