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 시나리오'
유명세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평범한 개인이든 누구나 유명세를 얻으면 다양한 기회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경제적인 대가가 오기도 한다. 가방이나 옷, 식사, 공간 등을 협찬을 받기도 하고 광고비 명목으로 수익이 따라오기도 하는 식이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혹은 내가 운영하고 있는 채널이 하나의 광고판이 되었다는 의미다. 내가 하는 말이 힘이 있으니 강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물건이 팔리니 내가 하나의 쇼핑몰이 되기도 한다. 유명해진다는 건 돈이 된다는 말이니까.
비단 연예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친구의 친구는 파워블로거로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늘 맛집을 다니고 미용실이나 네일숍에서 서비스를 받는다 한다. 또 다른 인스타그램 구독자 10만을 보유한 직장 동료의 언니는 협찬으로 호텔이며 위스키바며 좋은 곳이란 곳은 다 다닌다고 한다. 각종 마사지며 피부과 시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녀의 광나는 피부가 그 덕분이었다니.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 근데 나도 될 수 있다고 누군가는 나를 부추긴다.
SNS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 안에서 살고 있다. 블로그나 별스타그램, 너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 안에서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유명해질 수 있다. 이른바 인플루언서가 되는 거다.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그래서 다가가기도 멀어지기도 어려운 그 어디쯤에 있다. 어쩌면 맹렬히 갈구하면서도 아닌 척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겠다.
반대급부도 있다. 유명세를 떨치는 만큼 평균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받고,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십상이다. 키보드 워리어들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자그마한 흠결도 물어뜯기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쉽게 열광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쉽게 마음이 식어 돌아서기도 한다. 내 편일 땐 한 없이 다정하다가도 돌아서면 그만큼 얄팍한 마음이었나 싶어 야속할 따름이다.
영화 ‘드림 시나리오’는 인기 없는 교수이자 아내와 딸을 둔 평범한 남성 ‘폴’이 주인공이다. 그는 소심하고, 평범하고, 때로는 한심하고 지질하기까지 한 존재감 없는 그저 그런 중년의 남성이다. 대학교수이지만 강의는 늘 인기가 없고, 집에서도 찬밥 신세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졌다. 그 이유도 모르겠다. 그냥 어느 날부터 그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꿈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딸의 꿈에도 나오고 가르치고 있는 학생 꿈에도 나온다. 심지어는 전혀 얼굴을 본 적 없는 사람의 꿈에도 나타난다. 그 꿈 덕분에 인생에 반전이 생긴다. 요즘말로 하자면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 혹은 ‘떡상’쯤 되겠다. 길을 가다가도 그를 알아보고 늘 텅텅 비던 강의실도 그를 구경하러 온 학생들로 만석이 된다. 대중은 그에게 열광하기 시작했고 방송사 인터뷰가 오는가 하면 광고 섭외까지 들어올 지경이다. 인정 욕구에 목말랐던 그는 유명세를 활용해 이 참에 책도 출간하고 이 새로운 인생을 즐겨보려고 한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그가 등장하는 꿈이 모두 악몽으로 변하면서 그의 인생도 꼬이기 시작한다. 꿈에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단지 꿈속에서 벌어진 일들 때문에 그를 피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떡상의 맛을 알기도 전에 바로 나락행이다. 무섭고 슬프고 야속하다. 어쩌면 세상은 영화 그 이상이다.
유명해지고 싶지만 안 유명해지고 싶다. 정확하게는 얼굴은 안 알려졌지만 명성만으로도 충분히 유명한데, 그 유명세를 이용해 돈은 적당히 쉽게 벌고 싶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는 한 연예인의 짤이 떠오른다. 적당히(!?) 유명한 사람이면 인생이 좀 쉬우려나. 아마도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