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에 흔들리지만, 멈추지 않아요
원래도 나는 호르몬의 노예였다.
PMS가 있어서 굳이 달력을 보지 않아도, 몸 상태만 보면 생리가 가까워졌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생리통은 늘 온몸으로 찾아왔다.
배가 아픈 건 기본이고, 허리, 가슴, 머리, 속까지—매달 조금씩 다른 조합으로 아팠다.
그러다 보니, 말짱한 날이 한 달에 일주일도 안 되는 삶을 오래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나한테 ‘과배란’이라니.
안 그래도 생리 전이면 세상 모든 게 괜히 미워지는데,
그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더 만들어낸다는 건, 솔직히 시험관 시술보다 더 두려웠다.
잔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과배란 시기에는 글이 잘 써진다.
감정선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고, 단어가 더 잘 잡힌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도 든다.
모든 일엔 단점만 있는 건 아니라고.
혹시 지금 과배란 중이라면, 몸도 마음도 쉽지 않겠지만,
그 감정 그대로를 뭔가에 담아보면 어떨까.
작은 성취라도 생기면, 이 시기를 조금은 다르게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