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일기] 불안함이 몰려올 때

시험관을 앞두고

by 스크류바

그럴 때가 있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을 때.

특히 시술 이후,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이 증상은 더 심해진다.

나는 회피형 인간이라,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임신 테스트기를 보지 않는다.
반대로 나와 성향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은,
시술 직후부터 매일같이 임테기를 확인하며 스스로를 진정시키기도 한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근원은 같다.
비현실적으로 희망적인 마음과 비현실적으로 절망적인 마음.
이 두 감정이 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내 안에서 동시에 살아 있다.


희망은 내게 속삭인다.
오늘은 선명한 한 줄이었지만, 내일은 기적처럼 두 줄이 될 수도 있다고.


절망은 물끄러미 말한다.
혹시 이게 정자의 문제가 아니라, 착상조차 할 수 없는 내 몸의 문제라면 어쩌냐고.
그렇다면 몇 번이고 다시 시험관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고.


두려움은 또 다른 두려움을 몰고 온다.
아직 겪지도 않은 고통이 마치 이미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 희망과 절망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하루를 살아낸다.


내일의 나를 조급하게 불러들이기보다는,

오늘의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연습을 하면서,


그리고 믿는다.

이 모든 날들이 결국은 한 줄기 빛으로 이어질 거라는 걸

그 빛은 결국,

분명한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나에게 빚출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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