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일기] 억겁보다 긴 삼 주의 기록

by 스크류바

난임의 시간, 그 키워드는 "기다림"이 아닐까.


난임 시술의 과정은 그 자체로 기다림의 연속이다.

다행이라면, 그 기다림의 주기가 길어야 3주 안팎이라는 점.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짧지 않다.


(거의) 자연임신에 가까운 과배란 유도부터,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까지의 여정은 일정하다.

한 주 동안 배란을 유도하고,

그 뒤로는 온갖 정성을 다해 몸을 돌보며 기다린다.


만보 걷기를 하고, 단백질을 꼼꼼히 챙기고, 뜸을 뜨고...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과 몸을 애써 돌보는 시간.


어느 날은 걱정과 불안에 잠 못 이루고,

또 어느 날은 왠지 모를 희망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렇게 기대와 절망 사이 어딘가에서, 묵묵히 인내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임신이 노력에 비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의 일 대부분이 그렇듯,

임신도 결코 내 노력만큼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짧은 기다림의 시간이

때로는 억겁의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 시간은 참 괴로운 시간이면서도 동시에 참 감사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간이 괴로움이 될지, 감사가 될지는

결국 내 선택에 달려 있다.


비단 임신이라는 결과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스스로를 돌보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으며,

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 모든 과정은 결과와 상관없이

오늘의 나를 조금씩 빚어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육아의 시간도,

인생의 수많은 장면들 역시 우리에게

인내와 기다림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난임의 시간은, 인생을 배워가는 연습의 시간이다.


설렘과 두려움, 좌절과 환희가 뒤섞인 이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조금씩 다정해진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나에게 주어진 이 난임의 시간이야말로

삶이 건네준 하나의 축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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