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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Jan 30. 2024

ADHD도 상담으로 좋아질 수 있나요?

ADHD에 대한 심리치료의 효과

  안녕하세요, 누스입니다.


  지난 소식지들에 이어 오늘은 ADHD의 치료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ADHD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약물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점은 다들 아실 거예요. 그렇다면 상담(심리치료)은 어떨까요? ADHD처럼 비교적 신경생리학적인 기전이 분명한 질환에도 상담이 효과가 있을까요?


  약물은 ADHD의 증상을 완화하기는 하지만, 증상으로 인해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좋지 못한 습관들까지 단번에 바꿔주지는 못합니다. 시간 관리와 정리정돈을 못하던 사람이 약을 먹는다고 하루아침에 약속을 칼같이 지키게 된다거나 집안을 쾌적하게 관리하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살펴보았듯이 ADHD는 어릴 때부터 지속되는 질환입니다. 그만큼 증상은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오랜 세월 영향을 미치지요. 조직화 능력이 부족해서 시험공부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르던 아이는, 직장인이 되어서도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헤매다가 좋은 기회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특정 기술들(예, 시간 관리, 공간 관리, 조직화 등)을 훈련하지 못했던 까닭이지요. 


  상담에서는 ADHD 증상으로 인해 결핍되었던 기술들을 새롭게 배우고 연습해서 체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시간 관리가 어려운 사람들은 할 일에 우선순위를 부여한 뒤 주어진 자원 하에서 적절히 배분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일정을 미루지 않도록 심리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과제에 착수하도록 연습합니다. 공간 관리가 어려웠던 사람들은 집안 곳곳에 널브러져서 주의를 더욱 분산시키던 물건들을 용도에 맞게 재배치하는 훈련을 합니다. 충동성이 높아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을 언짢게 만들었던 사람들은 다양한 대인관계 기술과 자기 보호 전략을 배웁니다.


  실제로 ADHD로 약물 치료를 받는 청소년 내담자들에게 1년가량 심리치료를 실시한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학생들이다 보니 학습과 관련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책상 앞으로 몸을 이끌어 문제집을 펼치는 연습부터 시작했지요. 침대 위를 차지한 옷가지들 중 몇 벌을 옷장 안에 넣고, 바닥 위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책들을 책꽂이에 넣는 작업도 했어요. 시험 기간에 특별히 공들였던 몇몇 과목에서는 기대보다 높은 점수를 내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자신감이었어요. ADHD를 겪는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의 성취를 해내기가 어려워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 즉 효능감이 매우 떨어집니다. 증상 때문에, 그리고 오래 굳어진 악습관 때문에 늘 실패를 맛봤거든요. 


  효능감은 작은 성취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차곡차곡 쌓아가야 합니다. 사용해 본 적 없는 전략을 통해 달성해 본 적 없는 목표들을 이룰 때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자라나요. 그렇게 효능감이 자라면 좀 더 어려운 목표들에도 도전할 용기가 생깁니다. 선순환의 시작이지요.


  물론 새로운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고되고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굳게 선 좋은 습관들이 여러분을 지켜줄 거예요.


  오늘의 누스 레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한 주도 마음-안녕히 계세요.


p.s/ 정신 건강에 대해 궁금하신 점을 댓글로 적어주시면 누스레터로 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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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 레터(nous*-letter)는 마음의 전문가** 누스가 보내는 소식지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매주 브런치 스토리 매거진에 연재하며,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합니다.누스와 함께 건강한 마음의 태도를 만들어보세요.


* Nous는 그리스어로 정신, 마음의 태도를 뜻합니다.

** 보건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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