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자 : 록가수와 물리학자가 별이 되기까지

by Stardust


매 순간 새로운 은하가 탄생한다. 2조 개가 넘는 우주 변방에 마블 은하가 있다.


마블 은하의 별과 행성들은 우주 반대편 태양계 지구에서 사는 인간들 중 성불자가 남기는 독특한 광물질인 돌, 즉 사리가 생길 때마다 조응하여 태어난다. 하여,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마블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끊임없이 초신성을 토해내고 있다.


인간이 남긴 사리 성분 중에 리튬과 프로트악티늄은 방사선 원소로 보통의 뼈에서는 발견될 수 없는 물질로 머나먼 은하 마블의 영향임을 증명한다. 지구 사리의 강도는 강철보다 강하고 색과 투명도, 크기는 매우 제각각인데, 살아온 결에 따라 무늬가 새겨진다. 그것들은 때로 조약돌이나 자갈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투명한 물방울이나 은하를 닮은 소용돌이처럼 보인다.


한때 왕성했던 마블 은하별들의 탄생 활동이 정체기 상태에 들어가자 은하 연합은 우주 사리 클럽을 결성하고 슈퍼노바 간의 만남을 주선한다.


아래는 마블 은하의 대표 별, 붉은 히데가 초록 리제를 만나 대화한 내용 중 일부이다.

둘이 만나는 동안 블랙홀 주변에서는 핵폭발이 발생했고 영롱하고 오묘한 행성이 태어났다고 기록한다.

전문 원본은 마블중앙도서관에 저작권이 있다.




붉은 히데는 그 답게 부풀린 빨간 머리와 글램룩 복장에 하트가 가득한 페르난데스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그가 혼신을 다해 Endless rain을 연주한다.

눈처럼 하얀 연구소 가운을 걸친 은발의 리제는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감상한다. 연주가 끝나자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히데는 만족스러운 듯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인 후 마주 앉는다.


히데 : 와. 아인슈타인 할배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물리학자를 만난 건 처음이에요.


리제 : 호호. 그래요? 록가수라고 했죠? 가만, 우리 별 옆에 프레디도 가수였다고 하던데.


히데: 프레디? 프레디 머큐리요? 그도 마블 은하에 살아요?


리제 : 히데보다 한참 전에 왔어요. 그는 제법 큰 항성이라 우리 마블에서도 손꼽힐 정도예요.


히데 : We are the Champions!


(그가 레몬색 기타를 들어 한음을 튕기더니 소리친다. 리제가 빙긋 웃자, 기타를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과학자로 뛰어난 연구 업적이 아무 많은데 그 흔한 노벨상은 하나도 못 받으셨네요.


리제 : 노벨상이요? 그때는 여자 과학자가 거의 없었죠. 베를린에 제가 처음 취직한 연구소 건물에 청소부를 제외한 여자는 출입금지이던 시절이었어요.


히데 : 출입금지? 잡상인도 개도 아닌데? 여자라서 안된다고요?


리제 : 나는 지하실 창고를 개조해 연구를 시작했고, 청소부가 드나드는 문으로 드나들었지. 덕분에 새벽부터 밤늦게 일해도 아무도 몰랐어. 몇 년을 그렇게 보냈어요. 여자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정문으로는 출입도 못한 채로.


히데 : 상상이 안 가요. 당신 같은 천재가 그렇게 힘들게 연구를 해야 하다니.


리제 : 심지어 무급이었어요. 그래도 힘든 줄 몰랐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거 같아요. 밤늦도록 연구하다가 건물을 나서면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어요. 온 우주가 나를 응원하는 것만 같았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별들을 세어보곤 했어요. 프로토악티움이란 원소를 발견했던 날, 오토한과 둘이 별이 가득한 교정을 뛰어다니며 기쁨의 함성을 질렀죠.


(그녀는 잠시 추억에 젖는다)



히데 : 오토한! 난 그자가 마음에 안 들어요.

당신의 천재적인 회색 뇌를 숭배한다고 말해놓고는 결혼은 금발머리 미대생이랑 했잖아요.


리제 : 오토는 키가 크고 잘 생겨서 인기가 많았답니다. 성실하고 머리도 좋았죠. 그는, 그저 그에게 어울리는 선택을 한 거죠. 히데,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녀의 호기심 가득한 눈이 반짝인다)


히데 : 어떤 사람 같나요?


리제 : 무섭게 보여요. 독특하고 뭐랄까, 특별해 보이네요.


히데 : 나는 어떤 사람이었냐면,,. 평범해요. 전혀 설득력은 없게 들리겠지만.


(그가 빙긋 웃는다)


리제 : 헤어 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화장은 좀 무섭지만. 머리를 그렇게 세우려면 감각도 손재주도 뛰어나야 할 거 같은데, 비결이 뭐죠?


히데 : 하하. 할머니요. 미용실을 운영하셨거든요. 아, 저도 한때 미용사가 되려고 했었어요.


(그가 그때가 생각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그녀를 본다.)


리제, 솔직해봐요. 오토에게 화가 난 적은 없었나요?


리제 : 물론 화가 났지요. 그에게 항의 편지도 썼었어요... 부치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이해해요. 그때는 그랬어요. 시대가 그랬죠. 우리는 무시무시한 전쟁을 2번이나 겪었고 과학자들은 강한 정부 명령에 따라야만 했어요. 당신은 독일 제국도 나치도 겪어보지 않았잖아요.


히데 : 아, 맞아요. 제 삶에 끔찍한 제약은 없었어요. 뭐, 딱 한번? 이래 봬도 어릴 적 뚱뚱했어요. 얼마나 뚱뚱했나면, 학교에서 살을 빼라면서 마라톤을 뛰라고 하더라고요. 쳇! 나는 방 안에서 프라모델만 만들며 보냈어요. 그러다 키스라는 그룹을 만났지요. 엄청 기분 나쁘게 생겼는데, 음악을 듣자 마치 천둥번개를 얻어맞은 것 같았죠. 빠져버렸어요. 그때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되었죠.


리제 : 진짜 인생... 비록 지하실이지만 오토와 함께 연구하는 내 인생도 진짜 같았죠. 세상이 모르는 숨겨진 비밀을 찾는 기분! 나치를 벗어나 낯선 스웨덴에 무일푼으로 탈출했을 때도 연구가 나를 지탱해 줬어요.


히데 : 그런데 그 진짜를 오토한이 쓱싹 한 거잖아요. 같이 연구하고 노벨상은 혼자 받고.


리제 : 한심한 일이었지. 공정하지 않았어. 나는 여자 유태인이야. 오토가 노벨상을 받은 건 44년. 노벨이 나치에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해요. 아, 히데도 그룹으로 활동하던 X Japan이 결국 해체되었죠? 인생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별로 일 수 있어요. 핵분열이 일어나는 거죠. 핵분열은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발휘하죠.


히데 : X Japan. 제 인생 친구 맞아요. 멋진 녀석들이었어요.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했어요. 하지만 원하는 건 달랐죠. 많이 싸웠어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위해 다른 것을 폄하할 필요는 없는데도.


리제 : 좋아하는 것들을 줄 세울 필요는 없죠.

하지만 살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죠. 나 역시 결혼 대신 과학에 빠졌고, 한 사람 대신 인류를 사랑했어요.


히데 : 오, 그래서 맨해튼 프로젝트도 거부했군요. 그건 좀 멋졌어요.


리제 : 거절하는 데 일초도 걸리지 않았어.

하지만 그 후로 삶이 변했어요. 과학을 인류를 대량 살생하는 핵폭탄 만드는 데 사용하다니.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그러려고 그토록 열심히 연구한 건 아니었는데...


(잠시 대화가 끊긴다.

그 사이 마블 은하 중심에서 아기별이 탄생한다.

마블에 별이 탄생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둘은 숨 죽이며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본다. )


리제: 그날 밤 이야기를 해줘요. 모두가 궁금해하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솔직히 말해봐요.


히데 : 솔직히... 솔직히 모르겠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그날도 술을 엄청 마셨거든요. 피곤했던 나는 얼른 목욕하고 누워 자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필름이 끊긴 거죠. 무대에서 한창 연주하다가도 그런 일이 있어요. 불현듯 기타 줄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리는 거죠. 그렇게 다음 날은 오지 않았죠.


리제: 실은 나도 자다가 죽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순간이 어땠는지 몰라요. 그래도, 히데, 서른셋이라니, 너무 꽃다운 나이였네요.


히데 : 열심히 살았어요. 뭐든 죽을 기세로 덤벼 들었죠. 그래도 안 죽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일찍 죽을 줄은 몰랐죠


(그가 허탈하게 웃는다.)


죽을 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거니까, 후회 없어요. 그래서 사리도 나온 거 아닐까요?


리제 : 그럴 수도. 나는 90까지 살았으니 후회 없죠. 오토한은 나보다 석 달 먼저 죽었어요. 알아요? 그가 내게 사랑고백을 했었답니다.


히데 : 정말요? 그 오랜 세월을 다른 여자와 살면서 연구 실적이나 가로챈 자가 무슨 낯짝으로 고백까지요? 그래 뭐라고 하셨나요?


리제 :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잖아요. 다 잊었어요.


(그녀가 희미하게 웃는다)


히데 : 그렇군요. 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헤어져야 할 시간이에요.


(히데가 일어나 리제에게 뽀뽀를 세 번 한다. 리제는 눈으로는 왜?라고 물으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로 받아준다)


히데 : 이건 당신을 놓친 3개의 노벨상보다 좋은 히데 상이예요.


리제 : 영광이군요.


히데 : 와, 프레디 별이 아직 떠 있네요. 가는 길에 들러야겠어요. 우리는 봄에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염색도 해드릴게요. 하하.


(히데는 전화를 한 통을 걸어보더니 로켓처럼 날아오른다. 리제는 그대로 소파에 누운 채로 미소 지으며 잠이 든다)






사진은 NASA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2025년 9월 4일 포착한 별 탄생의 찬란한 모습입니다.의 웹 NASA의 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별 탄생의 찬란한별 탄생의 찬란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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