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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인턴은 아니었지만

by 일상마케터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기자가 되고 싶었다.
초중고 방송반 활동을 했고,
대학 시절에는 월간 매거진 에디터로 일했다.


나의 이야기를 조리 있게 전하는 일이
즐겁고 보람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언론사에서의 현실은 달랐다.

막상 일해보니 적성과 맞지 않았다.

매일 데드라인을 맞추느라
글쓰기는 더 이상 즐겁지 않았고,

내부자가 되어 본 기자들의 현실은
내가 그리던 그림과 너무 달랐다.


천국일 줄 알았던 그곳이
지옥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3주마다 이어지는 지방 출장,
밤새 붙들고 앉아 풀던 인터뷰 원고,
끊임없는 전화 응대.


무엇보다도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게 문제였다.

그래도 멈추지 못했다.


여기서 그만두면
‘끈기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봐
‘열심히 하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닥치는 대로 일만 했다.


내가 원해서 들어온 곳이라

힘들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고립되어 갔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독과 무기력이 이어졌다.

어떤 주말에는 밥 먹는 한두 시간을 빼곤

온종일 잠만 자기도 했다.


몸은 쇠덩어리를 매단 듯 무거웠고,
20대의 활력과 잠재력을 삼킨 건 두려움이었다.


새로운 기회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

결국, 인정해야만 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붙잡고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어릴 적부터 품었던 기자의 꿈을

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치기와 오만이
나를 더 깊이 옭아맸다.


그때 좀 더 빨리
“이건 나와 맞지 않구나”라고 인정했다면 어땠을까.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니다 싶으면, 포기해도 괜찮다.”


포기는 끝이 아니다.
하나의 물길이 막히면,
다른 물길이 열린다.


그 단순한 진실을 몰랐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용기를 자꾸 막아섰다.


결국 나는 받아들였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언론 일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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