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언니로부터의 독립을 포기하다

지금 이 순간 여행 그리고 명상

by 라온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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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세계를 여행하려던 꿈은 단순하고 불안한 이유로 ‘함께’로 번져갔다.

세계여행을 가기 전 내가 여행을 왜 가려할까 이유를 찾았을 때 ‘언니로부터의 독립’이 있었다.

쌍둥이로 자라 항상 뭐든지 함께 해와서 종종 주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더 나이 들면 떨어지기도 힘들 텐데 미리 좀 떨어지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해왔었다. 혼자서 뭘 잘 못하는 거 같아 언니로부터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애초에 우리는 세계여행을 따로 가려고 했었다. 시작은 따로 했지만 결국 십일쯤 후 다시 만났다.



함께 24시간을 다닌다는 것은 아무리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도 다투게 된다. 우리는 자주 다퉜고 이전에 사소한 걸로 다투던 것과는 달리 정말 속 깊이 감정을 드러내 존재 자체에 대한 갈등도 생겼던 것 같다.


짜증 나면 짜증 나는 표정이 드러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나와 달리 언니는 그런 표현을 앞에서는 하나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 이성을 잃었을 때 한 번에 쏟아내어 나를 힘들게 했다.

평소에 작게나마 표현을 못 하던 언니의 성격과 비교적 바로 말해버리는 나와의 사이에서 우리는 꽤 아팠다.


그러다 운명처럼 쌍둥이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고, 더 운명처럼 지금의 남자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언니는 이 쌍둥이들의 동생을 보더니 빵 터져 웃으면서 나와 너무 똑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동생도 짜증 나면 짜증 나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고, 형은 별 표정 변화가 없었다. 나는 형을 통해 언니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언니는 동생을 통해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한 번도 안 싸운 것 같다. 정말 신기하지..


쌍둥이 축제에 참여하니 많은 쌍둥이들이 함께 있을 때 더 빛이 났다. 언니로부터 독립하려 했던 생각을 접게 된 시점이 이때부터다. 인생의 흐름이 비슷하고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하고 편한데 왜 굳이 벗어나려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언니로부터의 독립을 포기했다.

사실 언니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을 위해 혼자서 떠나려 한 여행이었지만, 우리 사이에 ‘투명한 탯줄’이 이어져있기라도 한 걸까. 굳이 서로를 떠나 독립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우리는 왜 그토록 떨어지려 한 걸까. 이제는 함께함으로써 스스로의 길과 방향을 결정하려 한다. 매일 부딪히면서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상기한다.

세상에 내려올 때부터 혼자서 못 내려와 함께 온 데는 이유가 있을 거다. 함께해야 할 이유.





18년 03월 26일

[여행하며 쓴 일기, 심쿵]



태국 농촌마을에 와 있다.

내 허리 반만큼 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함께 웃으며 느꼈다.

‘이 아이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예쁜지 알까. 이때는 절대 진심으로 모를 것 같다.

나는 저만할 때 정말 몰랐다. 내가 얼마나 예쁘고 얼마나 완벽한 존재인지.’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언니가 ‘너도 그래. 우리 다 그래’라고 했다.

아 오랜만에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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