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뒤 미래만 생각하며 사는 나, 비정상인가요?

지금 이 순간 여행 그리고 명상

by 라온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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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달해야 할 목표에 고정된 시선은 일상의 소소한 행동이 주는 기쁨을 포착하지 못하고 우리 인생에 떨림을 주는 아름다움도 알아보지 못한다.”


“쓸모없는 것의 유용함과 쓸모 있는 것의 무용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예술을 이해할 수 없다.”


- 프랑스 문학가 외젠 이오네스크



돌아보면 나의 여행은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쓸모 있다고 느끼는 과정에 있었다.

책을 읽어야 조금 더 쓸모 있는 인간이 될 거야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었다.

매일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심지어는 걷다가도 책을 읽곤 했다.

매일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으면 내가 더 나은 내가 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챙겨간 책은 총 세 권이었는데 도중에 한 권을 더 선물 받아 네 권이나 되었었다.

아무리 지식과 문장을 사랑한다 해도 당장 내 어깨가 아파옴에 나는 한 권을 제외하고 모두 기부해버렸다.

그리고는 여행을 하며 책을 읽은 순간을 떠올려보면 거의 없었다.

여행을 하면서는 직접적 경험에 온몸으로 느낀 순간들을 기록하고 감상하고 즐기는 순간들이 더 많았다.

책에서는 얻지 못했던 사소한 순간들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황홀함,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차차 느껴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1년 전 세계여행을 너무나 가고 싶었던 나의 심정은 사실은 그랬던 것 같다.


‘여행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떠나지 않으면 여행자의 관점을 얻기가 쉽지 않다.

다시 돌아와서도 여행자의 시선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장기여행을 다녀온 후 내가 가장 크게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이라는 내가 속해있는 환경, 집단, 사회를 벗어나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나의 마음속에서 그동안 있었던 이유모를 불안함과 강박관념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말끔히 사라져 ‘완전한 순간’을 생생히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은 환경에 쉽게 좌우되고 아주 빨리 적응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나의 몸은 아주 빨리 또 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그런데 이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마음만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마치 한국에 놀러 온 여행자 같은 그런 느낌이다.
매일 바쁘게 출퇴근하고 경쟁심, 비교의식, 각박함이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이 분위기가 마치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참 바쁘고 아등바등 사는 느낌이 든다.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계획적이고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예전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주눅 드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나는 그저 한 달 뒤 미래만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했던 것처럼.
나의 여행에서도 나는 한 달 뒤 갈 곳, 비행기표만 예약하고 살아갔다.
그러한 이유는 ‘지금을 살고 싶어서’ 지금 이 순간이 아주 소중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름다운 순간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너무 먼 미래를 계획하고 그려나가는 것도,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미련을 떠올리는 것도 지금 이 순간에 잊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인생은 계획했던 대로 절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한 달 뒤 나는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에서 이 지구를 둘러보며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지금 이 순간, 함께하는 사람과 내가 있는 곳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18년 10월 14일

[여행하며 쓴 일기, 타이밍]



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지 알게 되었다.

떠나고 나니 보이는 게 다르고, 들리는 게 달라졌다.

내가 속한 환경 속에서 나와보고 나니 나를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여행이 주는 울림은 크고 작게 나에게 다가왔다.

운명인지 여행을 하며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었고,

사랑의 힘으로 나는 많은 편견과 가둬놓았던 시선들을 조금씩 거둬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내가 바뀌었다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오랫동안 나는 나의 긍정적 변화를 누구보다도 꿈꿔왔고 스스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의 안녕을 위하여 노력하고 나니 정말로 평화가 찾아왔다.

그게 진정한 평화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얼려왔던 많은 것에서 점차 해방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랑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고 자연스러운 타이밍에 나는 더 열린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인생을 말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일 수 있지만 전의 나보다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래서 나에게 이번 여행은 남다른 의미가 된다.

아직 멀었다. 인생을 이해하기에는, 사람을 이해하기에는

하지만 그 또한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타이밍은 각자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급 해지 지도 불안해지지도 않게 되었다

그냥 묵묵히 조금씩 내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어떤 아름다운 물결을 그리며 나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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