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여행 그리고 명상
1년 전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그때를 돌아보면 나는 ‘자유’에 대해 목이 말라있었다.
잠시 혼자 떠났던 제주여행에서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났다.
그분은 내가 “언제나 즐겁게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사뭇 진지하고도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으시더니,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은 공감하며 끄덕인다)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갈망하지 않아요.”라고 하셨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자유를 갈망하지 않는다, 이 말이 내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 나는 처음 보는 그 사람 앞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왜 눈물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너무 스스로를 얼려왔어서 즐겁게 살고자 하는 욕망 또한 스스로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얼음이 녹으면서 눈물로 나왔던 게 아닐까.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나만의 ‘자유’를 얻었을까? 돌이켜보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매일 자유에 대해 생각했던 1년 전과 달리 이번 1년은 ‘자유’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많이 자유로워졌나 보다.
무엇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싶었는지 돌이켜 보면 첫째, 관계에서부터의 자유를 얻고 싶었고,
둘째, 사회적 시선과 의무에서 자유를 얻고 싶었고, 셋째, 내가 가진 모든 사상과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여행을 하면서 다니다 보니 두 번째 사회적 시선과 의무에서 자유를 얻는 게 가장 빨랐던 것 같다.
여행 초반까지도 나를 괴롭혔던 질문 ‘여행 끝나고 한국 돌아가면 뭐하지?’와, ‘남들 다 가는 직장을 나도 가야 하나?’라는 질문들로부터 지금은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대니까 뭘 해야지, 대학교 졸업하면 당연히 취직해야지, 연애해야지 등의 사회에서 영향을 받은 생각들로부터 많이 벗어났다.
그리고 세 번째 내가 가진 모든 사상과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싶었던 것은, 여행을 하면서 일부러 한국 뉴스와 한국 sns를 멀리하면서 얻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 생각과 가치관을 만든 것에는 한국어로 된 매체들을 수없이 접했기 때문인 거 같다. 매일 뉴스를 보고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을 보고, 책을 보면서 나만의 사상이 자리 잡은 거죠.
하지만 그 또한 오롯이 내가 선택해서 얻은 생각들인가 잘 들여다봤다. 그리고 내가 가진 강력했던 사상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관계에서부터의 자유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여전히 어렵고 큰 부담이 있는 부분이다.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의 자유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경제적 독립은 했어도 정신적인 독립은 아직 덜 된 것 같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내가 생각하는 정신적 독립이란 부모님의 생각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있다.
내가 속해 있는 사회적 집단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가지려면 솔직하게 표현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 가면을 쓰고 대하다 보면 그 관계에서 주체성은 잃고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여행과 명상을 하며 모든 건 내 마음속에 있었고, 변화에 대한 선택의 키는 항상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은 것이 내가 여행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내 마음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뭔가를 얻으려 굳이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 않아 졌다. 떠나봤으니 얻을 수 있었던 '앎’이었을 수도 있지만.
도대체 거기 뭐가 있는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모르고 갈망할 때는 절대 얻지 못했던 것들을 떠나고 나서야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 어디론가 떠나는가 보다.
사랑에 대해서도 늘 마음속에 로망이 곱게 접혀 있었다. 대학생 시절 버킷리스트를 쓰며 '영화 같은 사랑 해보기'를 적어 놓았었는데, 세계여행을 하며 여행지에서 그런 로맨스를 꿈꿔보기도 했다.
그런데 언니와 여행을 함께 다니기 시작하며 그런 로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총체적으로 봤을 때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보다도 나를 위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이런 변화를 겪었다기보다는 끊임없이 나를 알아가고픈 노력들에 의해 생긴 변화였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었다.
여행을 하다 어느 순간 마음속에 있던 스스로를 짓밟던 감정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공간이 생기자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렇게 점차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가기 시작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그대는 꽤 순간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이겠구나
새빠알간 태양이 뜨고 지는 속도를 기억하는가
그대는 자연이 보여주는 속도와 그 속에 서 있는 우리의 속도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겠구나
귓가를 간지럽히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기타의 선율을 찬찬히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대는 심장이 뛰는 소리마저 아름다울 것 같다
맨발로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아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대의 얼굴에는 꽤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가 지어져 있을 것 같다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엽서를 써본 적이 있는가
딱 한 장의 엽서가 있을 때 그대의 손에 쥐어진 펜은 누굴 향해 절절한 마음을 쓰고 있는가
모든 것이 멈춰져 있는 듯 내 안의 감정의 파도가 잔잔해졌을 때
함께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대는 사랑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겠구나
순간을 소중히 하고 자연에게 감사하며 현재 함께 있는 사람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
그대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