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여행 그리고 명상
지인에게 타로카드를 봤었을 때 카드는 말했다. 내가 요가나 명상이 필요하다고.
당시 나는 요가는 그러려니 했지만 명상에 대해서는 '응? 명상? 스님들이 하는 그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찾아봤더니 명상 클래스 가격이 꽤 비싸고 적절한 곳도 찾지 못했었다.
그래서 우리의 유 선생님을 찾아 무료로 영상으로 듣기 시작했다. 지금 찾아보니 꽤 많은 명상 관련 영상들이 올라오는데 당시에는 많지 않았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들으며 자면 그나마 잠을 좀 자기도 했다.
그런데 마음속의 허한 느낌은 그렇게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명상을 처음 할 때는 명상에 대한 편견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닌 특별한 사람들이 특별한 장소에서 하는 것 같은. 그런데 내가 배운 명상은 그런 게 아니었다.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지금은 걸어가면서도,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자기 전에도 명상을 한다.
세계여행을 마음먹고 명상 클래스에 들어가 명상을 했다. 명상을 통해 내가 진짜 여행을 가고 싶은 이유와 여행을 통해 얻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니 여행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삶을 느끼며 살고 싶었다.
여행을 시작하며 낯선 환경에 들어가자 현지인들에게는 평범함 일상이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들로 다가왔다. 여행자의 걸음걸이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다. 창밖의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저들과 내가 다른 게 무엇이겠나.
여행하기 전에 공방에 들러 반지에 문구 하나를 새겼다. 'Carpediem' 카르페디엠, 라틴어로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여행을 하며 '지금 이 순간'에 있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불안하고, 두렵고, 걱정이 밀려오고, 후회와 자책 비교 의식, 열등감의 감정들이 올라와 괴로웠다. 지금 이 순간에 있으려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에 없었다. 샤워를 하면서 이전의 부끄러운 과거들이 떠올랐고 밥을 먹을 때는 다음에 뭘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며 명상을 해보려 노력했다. 때때로 눈을 감기만 한다고 명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순간에 있으려 노력했다. 호흡과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떠오르고 사라지는 이 순간 또한 지나가리란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물리적으로 속해있던 환경을 벗어나니 심리적인 안정이 찾아왔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내면의 해결하지 못한 갈등과 상처들을 직면할 용기도 얻게 되었다. 아픈 기억에 직면한다는 것은 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실 이게 필요해서 여행을 떠난 건지도 모르겠다. 명상과 여행은 나에게 필요한 직면할 용기를 준다. 가만히 앉아 고요함 속에 있다 보면 많은 것들을 인식할 수 있게 되고 모든 것은 내 안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점차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사라져 갔고, 마음속에는 평화가 깃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이 들어와 상처들을 치료하고 돋아나는 새살에 따뜻한 온기를 더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하게 되자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내가 있는 이 세계가 다채롭게 보이기 시작하며 아름다워 보인다.
이제 나는 다양한 나의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고 그런 나를 관찰하며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어쩌면 나의 여행은 나 자신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인 것 같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잘하면 잘한 나를 인정해주고 알아차려 줄 수 있는 여행 덕에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이제 더 이상 예전만큼 많이 아프지 않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긍정적 에너지와 활기찬 빛들로 눈을 감아도 눈이 부시다. 빛이 이끄는 호기심에 앞으로의 일들이 더 기대되고 즐겁다. 그토록 마음의 자유를 갈망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새장에서 나온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지금 이 순간에 있음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명상과 여행을 통해 나는 지금도 일상이 여행이며 명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 세상이 참 아름답고 살만한 곳임을 느끼며 마음속에 사랑과 여유가 충만한 채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여행을 하며 문득문득 지금 이 순간을 느끼지 못하고 또 잠재워두었던 불안함과 두려움 막막함이
고개를 삐죽 내밀 때가 있다.
특히 평소 인정받고 싶은 대상의 한 마디를 간접적으로 전해 듣기만 해도 깊숙이 숨겨두었던 불안함은 끝없이 솟아 나의 마음을 휘저어 버리곤 한다.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겠지?
여행하며 이 마음에도 직면해야 할 순간은 오겠지
밥을 먹고 돌아와 명상 자세로 앉아 마음을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무서움, 불안감이 들고 때때로 또래의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고,
완벽한 나를 상상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나의 감정을 그저 바라보았다.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구나를 알아차렸다.
질투심을 느낀다고 해서 내가 질투 많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고,
불안함을 느낀다고 해서 불안정한 사람이 아니듯
나는 그저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 인간이다.
감정들이 정리되고 나니 차분해졌다.
그러고 나니 또 하고 싶은 욕구들이 샘솟기 시작한다.
그저 내 속도로 천천히 조금씩 계속 걸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