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스스로에게 CCTV를 돌리느라
지금 이 순간 여행 그리고 명상
"수정 씨는 가만 보니 머릿속에 24시간 CCTV를 달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늘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무서운 경찰이 아니라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세요."
심리상담을 잠깐 받았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심리상담, 책, 강연, 명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20대 초반의 나는 늘 열심이었다. 꽤 큰 심적 타격을 받았던 그 시기 이후 나는 더 열심이었다.
나는 나에 대해 큰 착각을 하고 살았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면 어떤 큰 보상이 따르리라고.
뭔가를 자꾸 열심히는 하는데 결과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치에 한참 못 미쳤었다.
계속 바쁜데 마음은 허하고, 나 스스로가 대단한 거 같으면서도 자존감은 밑바닥을 내리찍고 있었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꽤 충격이었다. 내가 스스로에 대한 이상향의 기준치가 높아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상담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상담도 받는데 왜 더 빨리 안 괜찮아져?' '이제 이 정도 시간도 지났고 나이도 이 정도 먹었으면 괜찮아져야지 왜 아직도 우울해하는 거야?'
자꾸 눈물이 나는데 우는 나 자신이 싫어 더 우울해졌다.
이런 마음들은 다 스스로에게 압박을 주는 행위였다.
따뜻한 친구가 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건만,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건 뭔지 늘 궁금했다.
당시에는 심리상담 몇 번으로 내 마음이 온전히 치유되지는 않는다고 느꼈다. 지금 와서 느끼는 건 그 선생님께 참 감사하다. 그때 나눴던 대화들이 지금까지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내 마음속의 허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낮에는 밝은 하루를 보냈다가 밤에는 눈물로 뒤집어쓴 하루들을 보냈다. 그러다 명상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유튜브를 통해 명상을 들었다.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했다가 이후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명상 클래스에서 본격적인 명상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명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심리상담, 책, 강연 들 중에서도 명상이 지금까지 내가 살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나를 알아가는 수단이 되었다.
명상을 하는 순간에는 스스로에게 CCTV를 돌리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경찰이 되어 스스로를 감시하며 산다고 많은 에너지들을 낭비했다.
그저 따스한 눈빛으로 스스로를 바라봐주고 때로는 안아주고 때로는 지켜봐 주는, 상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진정으로 좋은 친구가 되어 주게 되었다.
명상이 도움이 될거라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임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있도록 돕는 도구일뿐.
우리는 얼마나 현재에 머무르기가 힘든가. 흘러가는 구름을 보듯 지나가는 생각들을 내버려 두고, 감정들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내 마음은 차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명상은 특별한 게 아니라 그저 '자각'하는 것임을 알려준 '명상하고 앉아있네'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18년 07월 30일
[여행하며 쓴 일기, 명상]
미국 워싱턴주의 레이니어 국립공원에 왔다.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나니 물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강가로 가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 속에 있으면 묵혀두었던 마음속의 근심과 걱정들이 떠올랐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큰 걱정 하나를 생각해보고
손바닥 위에 나뭇잎 하나를 올려놓는다.
그 나뭇잎 위에 가장 큰 걱정거리 하나를 올려놓고,
그 나뭇잎과 걱정거리를 시냇물에 흘려보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풍잎을 하나 올려두고 그 위에 또 하나의 걱정거리를 올려둔다.
그리고 또 시냇물에 흘려보낸다.
흘러가며 멀어지는 걱정들을 그저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숲에 둘러싸인 나의 모습을 인식하고 숨을 크게 들이켠다.
그러면서 현재 내가 있는 이 공간을 느끼고 내 앉아있는 몸을 인식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나는 지금 이 곳에 있다.
아직 내 걱정거리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단순하고 가벼운 명상의 행위는 여행을 하며 자주 나를 현재로 돌려주었다.
어떤 결정을 하기 앞서 걱정과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걱정거리가 생기면 풍경을 바라보며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지금 이 순간을 느끼려고 노력하였다.
이곳에 오니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으니 더 쉽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게 된다.
걱정거리들을 물에 흘려보내고 나니,
우리는 이곳, 이 순간, 함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