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사랑이란 진짜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여행 그리고 명상

by 라온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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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국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차 시장에 들렀다. 한 중국인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너네 쌍둥이 축제에 참가해봐"라고 하셨다.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에 신청을 했는데 축제 측에서 전화가 왔다. "올해 한국 쌍둥이는 너네가 유일하니 참가해, 쌍둥이들은 VIP 대우받고 3일간 숙식 무료야" 배낭여행자인 우리에게 3일간 무료 숙식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당장 달려갔다. 3일을 참여하면서 이상하게도 미국 쌍둥이와 우리 쌍둥이의 좌석배치가 비슷했다. 서로 어설픈 중국어로 대화를 하는데 그게 더 호감을 샀다. 서로 계속 대화를 나누고, 축제가 끝나고 만나서 밥도 함께 먹었다. 길을 걷는데 우리도 모르게 언니는 형과 나는 동생과 걷고 있었다.



학생 때부터 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에는 '영화 같은 사랑 해보기'가 있었다.

그 기준도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노팅힐>이라는 영화에 빠져 뭔가 로맨틱하고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일이 내 인생에 닥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리고 대다수가 그렇듯 꿈은 잊은 채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사랑은 드라마와 영화니까 나오는 거지, 내 인생에서 펼쳐지리라고는 꿈에서만 상상해왔다.

그렇지만 포기를 했던 건 아니다. 버킷리스트 목표 기한을 2065년으로 잡아서 내가 약 60세 이상이 되면 한 번쯤은 영화 같은 사랑을 해보지 않을까 기대를 눈곱만큼 정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지구 반 바퀴 너머에서 영화 같은 사랑을 찾아왔다.

여행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한테 우스갯소리로 "돌아올 땐 파란 눈에 금발 남자 데리고 올게" 했는데,

고동색 눈에 고동색 머리지만 우리와는 다른 문화권의 남자를 데리고 왔다. 그것도 언니와 동시에.



세상의 쌍둥이들은 공감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연애할 때 이랬다. 언니 남자 친구는 나와 언니가 속속들이 서로의 연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이해하지 못했고, 나의 남자 친구는 언니와 그런 깊은 이야기까지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와 언니의 인생에서 우리는 서로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 인물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꽤 큰 불편함으로 자리했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었다. 우리가 쌍둥이를 만나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형은 언니와, 동생은 나와. 우리는 거의 처음 보자마자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졌고, 대화를 이어나가며 호감은 정으로, 정은 사랑으로 발전해 나갔다. 오랜 시간 마음에 문을 닫고 있었던 나에게 이런 사랑의 감정은 너무나도 특별한 감정이었다.

게다가 상대 쌍둥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아무도 쌍둥이 형제, 자매에 대해 완전히 이해를 못하는데, (심지어 다른 형제자매, 부모님조차도) 그런데 우리는 서로 아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깊이 이해한다. 그래서 더 잘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서로가 아니고서는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18년 08월 15일

[봄]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오랫동안 행복할 겨를 없이 너무 스스로를 얼려왔었다.

이렇게 소중하게 찾아온 기회를 잃고 싶지 않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 놀랍다.

마음속에 두려움과 남과의 비교 자책 질투 불안함이 사라지니

그 자리에 사랑의 감정이 들어와 꽃 피우게 되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니 남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수많은 강의와 책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했지만

잘 몰랐다 그게 어떻게 하는 건지.

여행이란 수단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게 되었고

나에게 어쩌면 벅찬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 따스하고 황홀하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

아직도 자꾸 꿈을 꾼 것만 같이 요 며칠의 기억들이 아련하다.

만약 꿈이라면 평생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

이런 인연을 만나려고 그동안 그렇게 마음이 허하고 괴로웠나 싶었다.

행복해서 눈물이 나다니, 나에게 부정적 감정 외에 긍정적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능력이 있을 줄이야.

점점 우리 사이의 교집합이 넓어져 우리의 세계가 넓어졌으면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고 그게 대체 뭐냐고 존재는 하냐고 투정 부렸던 나였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자기 전 눈을 감을 때까지 온종일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구나를 느꼈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엄청난 일이며, 사랑을 주고받을 대상이 있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다.

사랑의 힘은 놀랍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달리해버린다.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미운 감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사랑으로 이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볼 때 나는 사랑의 힘에 감탄하며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

매일 하루가 감사하며 내일이 더 기대되는 나날들

행복해하며 온종일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내가 이리도 사랑스러웠구나, 이렇게도 예뻤구나 거울을 보며 나의 자존감은 더욱 올라가고, 표정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사랑하고 있는 내가 좋고 나를 그렇게 만들어준 님이 너무 좋다.

그리워하는 시간보다 함께 있어서 웃고 행복해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내 운명의 길에서 그의 손을 꼭 잡고 평생 놓지 않게 되기를

나 자체를 온전히 그대로 사랑해주는 내 님의 존재에 감사하다.

나의 인생에 이런 일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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