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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Oct 14. 2023

존재자체로 사랑한다는 것이 뭘까?

저희도 남편들도 쌍둥이입니다

13. 존재자체로 사랑한다는 것이 뭘까?


똥을 싸도 잘했다고 해주고, 잠을 잘 잤으면 그것도 잘했다 해주고, 집에 가는 버스 편을 알아본 것만으로 수고했다고 해주는 남편들.

미둥이를 만나 우리는 아기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듣고 싶던 말들이 아닐까.

이불을 개도 “잘했어 대단해.”

양치를 해도 ”수고했어 잘했어.“

세수하고 자면 “너무 대단해 귀찮았을 텐데.”

세수 안 하고 자도 ”오늘은 너무 피곤하지 괜찮아“


아니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까지 칭찬을 해줘야 한다고? 감히 응 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요즘에 나는 제프가 나를 대할 때처럼 나 자신을 대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침에 눈뜨기가 너무 어려워 몸을 뒤척이다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생각한다. ’그래 너무 일어나기 싫지? 근데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스트레스받지? 괜찮아 좀만 더 누워있는다고 큰일 나지 않아 죽지 않아 괜찮아 1분만 아니 10초만 이렇게 누워있어도 돼 괜찮아.‘

신기하게도 이렇게 생각한 대부분은 5분도 안 돼서 눈이 번쩍 떠지며 생각보다 가볍게 몸이 일으켜진다. 만약 정말 더 잠을 자게 되더라도 스스로에게 향하던 비난의 화살이 없으니 죄책감 없이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그 짧지만 작은 태도 하나가 하루를 결정하게 된다. 나는 나를 비난할 때가 가장 힘들다. 죽음까지 생각한 경우는 대부분이 내가 나 자신을 미치도록 혐오할 때 미워할 때였다. 왜냐하면 그건 죽음 말고는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고 생각되니까. 근데 그런 결정을 하기에 나는 사실 잘 살고 싶은 거니까.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니까. 해야 돼해야 돼하며 스스로를 끌고 채찍질하는 사람을 보면 이제 마음이 아프다. 그거 잠시 멈추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수 있다면 더 평화롭고 자유로워질 텐데.

나도 매 순간이 그렇지는 않지만 연습 중이다. 특히 4명이 함께 살고 있으니 내 마음의 에너지가 내려가면 나는 3명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그 비교하는 마음까지 마주해 본다.

’내 생각이 객관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는 힘들어도 나는 내 생각이 옳다고 믿어줄게.’ ‘나는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한다 해도 나는 내 편이 되어줄게.’ ‘내가 하는 생각은 다 이유가 있는 생각일 거야. 그러니 타인의 생각과 저울질하지 말자.’ ‘내 안의 지혜가 있다는 걸 믿어보자. 난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믿는다. 그러니 내가 하는 생각과 선택은 괜찮을 거라 믿어. 믿어줄게. 지지해줄게.’


내가 내 편이 되어주는 순간 든든한 힘이 생긴다. 사람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은 주변인들도 등을 돌리고 자기 자신도 등을 돌렸을 때인 것 같다. 하지만 끝끝내 나는 내 편이 되어준다면 사랑을 느끼고 지혜를 알아차릴 기회는 얼마든지 주어진다. 또 한 번 나를 위해 기도해 본다.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편안하기를

내가 괴롭지 않기를

내가 자유롭기를

그리고 지지와 격려를 받으면 타인을 지지해 주고 격려해 줄 힘이 생긴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당신이 행복하기를  편안하기를 괴롭지 않기를 자유롭기를.


명상을 배우면서 늘 드는 의문이 있다. 수많은 책과 부처님과 수행자들과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내 마음 안에 고요한 호수가 있다고. 편안한 호수 같은 마음이 있다고. 명상 클래스를 들으며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의문을 품었었다.  그 호수 대체 어디 있나요 나만 안 보이나요?

금강스님의 책을 읽으며 또 머리로는 이해해 본다. 구름과 같은 번뇌는 우리가 매 순간 만드는 것이라고.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아직 많이 살아본 나이는 아니지만 지구에 발붙이고 산지 30년이 되었다. 그동안 나와 연을 이었던 모든 관계들을 돌아봤을 때 흰 구름 걷힌 청산 같은 순간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늘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게 쉽지 않았다. 상대의 말과 행동 생각이 나를 흔들어놓고 내 마음속에 안개를 흩뿌렸다. 그러니 그들과의 관계에서 제대로 사랑과 연결감을 느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미둥이와의 관계는 달랐다.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마음속에 있던 안개가 걷히는 게 느껴졌달까. 오랜 시간 이유 모를 기다림 끝에 드디어 빛을 본 느낌이랄까.


지금도 제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의 맑고 고운 영혼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어떠한 계산이나 마음속 상처 없이 그를 대하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런 관계는 노력으로도 애씀으로도 안 되는 거였다. 물론 우리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관계들에 비해서는 애씀이 없다. 노력조차 쉽다. 즐겁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속 맑고 고운 호수를 늘 그의 눈동자를 통해 확인하는 듯하다.

나도 제프도 서로 각자 자기 자신에게는 자신이 없다. 늘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남과 비교도 하고 불안하고 우울해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서 나오는 끝없는 근자감은 뭘까.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알게 된 지 불과 5년밖에 안된 사람인데 나는 어떻게 그토록 이 사람의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대단함을 확신하는 걸까. 제프도 나에 대해 항상 확신한다. 정말 1도 의심하지 않는 투로 대한다. 우리가 세계여행 중 길거리에서 팔찌를 팔 때부터 반지하 살며 플리마캣 다니며 팔 때도, 공방이 생겼지만 늘 불안하고 초조할 때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그는 확신하고 믿어주고 있다. 제프는 어떻게 나에게서 고요하고 맑은 호수를 늘 보는 걸까? 나도 어떻게 그에게서 고요하고 맑은 호수를 느끼는 걸까. 지금 30이라는 지구 나이로 머리를 쥐어짜 생각해 봤을 때 생각나는 답은 하나다.

사랑.  존재자체로의 사랑.


언니가 결혼식 때 멧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난 네가 식물이었어도 고양이었어도 여자였어도 사랑했을 거야. 사랑해"

그렇다. 이 말이 오글거리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말 단어 하나하나가 공감된다. 물을 담는 그릇이 바뀐다고 해서 물은 여전히 물인 것처럼 우리의 사랑이 몸의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달랐을까. 우리가 서로의 순수하고 맑은 본연의 영혼을 보고 끌리고 그리고 계속 껍데기가 아닌 내면을 보며 사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반짝이는 빛으로 연결하자

우리의 삶에 반짝이는 빛을 하나씩 켜두는 거야

그 빛들이 서로 이어지게 되면

어두웠던 것들은 약해지고 반짝반짝 빛나게 될 거야

우리는 계속해서 그 빛들을 연결해 나가겠지

어둠만 있었던 곳에 빛들이 연결되며 얼마나 환해질까.

그러니 꼭 연결된 손을 놓지 말자

느슨하게 꼭 잡고 같이 반짝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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