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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제나 Oct 14. 2023

우리는 전생에 대체 무슨 인연이었을까?

저희도 남편들도 쌍둥이입니다


12. 우리는 전생에 대체 무슨 인연이었을까?


최근 몇 년간 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1984년에 윤회를 믿는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1%였다가, 2014년에 28%로 늘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웹툰 같은 미디어에서도 전생, 회귀물에 대한 소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나는 점점 더 내 전생이 궁금해진다. 유튜브를 보며 전생체험 같은 것도 해보았는데,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실제인지는 의아하기 때문에 실제로 체험해 보고 싶긴 하다.


운명론 같은 것을 딱히 믿으며 살지는 않았었다. 그랬다면 내 인생을 그렇게 반가워하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2018년 하나의 선택에서 이어진 운명 같은 만남을 계기로 나는 운명론을 조금 더 믿게 되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빨리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빨리 한국으로 귀국하고 싶어”라고 말했던 미둥이를 보면 정말 신기하다. 생긴 것만 미국인이지 소울이 아시아인인 것 같다. 그리고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전까지는 한국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잘 모르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신기하다. 게다가 나와 언니는 의미 부여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미둥이들이 삼일절에 태어난 것도 뭔가 상당히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심지어 인터넷에 몇십 년 전 한국에 와서 선교 활동을 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의 사진들을 찾아보며 놀라워했다. 두 명의 외국인 선교사를 발견했었는데, 그 둘의 이름이 지금 미둥이들의 중간 이름이었다. 그저 보편적인 이름이니까 하며 넘길 수도 있지만, 왠지 신기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30살 인생 중 만나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이 이 부분이 신기하며 놀랍고 감사하다. 어떻게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걸까. 부모님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고, 언니 동생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그저 사랑하는 사이라 그런 걸까? 언젠가 콩깍지가 벗겨지면 다르게 느낄 날이 올까? 그런데 네 명 다 동시에 그런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처음 미둥이와 미국에서 사귀기 시작한 날, 우리는 온몸으로 직감을 느꼈다. ‘이 사람을 만나려고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구나. 이 손은 내 의지로 평생 놓을 일은 없을 것 같다’  5년은 만나며 그 직감은 여전히 생생하다.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소울메이트 인걸까?

제프를 안고 있으면 정말 내 영혼이 행복하고 편안해하는 걸 느낀다. 피곤하고 지쳤다가도 안고 있으면 회복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만.


자기 인연을 만나게 되면 다 그렇다고 한다. 왜 우리는 하필 쌍둥이로 태어났을까. 왜 하필 쌍둥이로 태어나 쌍둥이를 만나게 되었을까? 소설 연금술사에서 ‘마크툽’이라는 단어가 나와 내 마음을 매료시켰었다. ‘이미 다 기록되어 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이 말의 뜻을 잘 모르겠고 그냥 이후에 나에게 멋진 운명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미둥이를 만난 사건은 마치 우리 인생에 이미 정해진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우연히 선택한 것들에 의해 직감에 의해 일어난 일들.


내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고 이성적인 머리로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결과는 어땠을까? 마음은 이미 끌리고 있는데 머리로 ‘너 또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 그냥 아예 시작을 하지 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안전하잖아 지금!’ 이렇게 생각해 마음의 끌림을 회피했더라면?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운명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건 동화나 영화 속에나 일어나는 일이지, 현실 속의 나에게는 일어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실은 존재하던 운명이 자신의 의지로 날아가고 만다. 마크툽이 끌렸던 이유는 이미 사건은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결국 자기 의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주팔자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운과 선택이 계속적으로 겹쳐져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가 쌍둥이 축제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운‘이며 우리가 거길 가겠다고 한건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미둥이를 만난 건 ’운‘이지만 우리가 미둥이와 함께 여행하기로 한 건 ’선택‘이라는 것. 코로나가 터져 1년을 못 만난 건 ’운‘이지만 미둥이가 한국에 와서 살기로 결정한 건 ’선택‘이라는 것. 그렇게 미둥이가 한국에 와서 머무르려면 결혼비자가 있으면 좋다고 알게 된 건 ’운‘이고, 그렇게 혼인신고를 한건 ’선택‘이라는 것.

선택이 없으면 운도 따르지 않고 운이 없으면 선택할 수도 없다.


전생에서 우리가 어떤 덕을 베풀었기에 이번 생에서는 이토록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내가 쉽게 얻은 관계 속에서의 행복과 편안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운을 알아차릴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또 계속해서 인생에 운이 따르기를.


“에이 그거 그냥 우연이지 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는 그 작은 우연을 붙들어 의미 있는 순간처럼 느끼고 싶다. 그래서 우연히 발생했던 수많은 상황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그래서 특별하다고 느끼고 싶다. 우리가 만나게 된 모든 순간들, 우리가 사랑을 느끼는 모든 순간들 또한 작은 우연들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어진 운명이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작은 우연에 설레발치고 오버하며 붙들 것이다. 갑자기 시계를 봤는데 333이면 좋은 일이 생길 건 가봐 기분 좋아질 것이고, 좋은 꿈을 꾼 날은 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을 것이다.

우연히 길에서 버스에서 계속 꿈이라는 단어를 보면 신호라고 생각해 꿈을 꾸고 이뤄나갈 것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수많은 우연들이 운명처럼 느껴지도록, 멀리서 다시 모아봤을 때 반짝이는 모래사장이 되어 아름답게 보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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