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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Sep 21. 2018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남일인 줄 알았습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글을 쓰거나 읽는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한 달 동안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발령

9월 1일부로 인사발령이 났다. 집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가게 되었다. 집 근처로 발령받길 희망했지만, 나의 요청은 반영되지 않았다. 출퇴근 1시간 거리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으로 더 멀리 가게 된 것이다.


주말부부

발령을 받고 주말에 생활할 방을 구했다. 결혼하고는 다시 들어갈 일 없을 것 같은 원룸에서 다시 살게 되었다. 가장 큰 걱정은 아내와 딸이었다. 맞벌이 부부 특성상 한쪽이 일찍 퇴근하면 아이를 봐주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전적으로 아내가 도맡게 되었다. 심지어 아내는 최근 회사에서 업무가 많아지고, 대학원도 재학 중이다.




머리가 복잡했다. 감당할 수 있을까?

아내와 딸 그리고 딸을 돌봐주시는 장모님이 걱정이다. 혼자일 때는 어디로 발령이 나도 상관이 없다. 본사든 지방이든 개의치 않지만, 가족이 있는 가장에게는 가혹했다.


심지어 주말부부를 하면서 월급이라도 많이 받으면 감수해볼 만하겠지만, 교통비와 식대 등 생활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는 그런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전 직장에서는 사택, 법인차, 유류대가 사용한 만큼 지급되었는데 현 직장은 월세 일부 지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억울한 게 있다. 4년간 공들여서 관리해온 사업소를 옮긴다는 것이다. 손발이 척척 잘 맞는 직원들과 이별이 아쉽다. 게다가 이제 안정되고 성과가 잘 나오는 곳을 뒤로하고 전국에서 꼴등을 하는 곳으로 옮긴다는 것이 맥 빠지게 만들었다.


여러 가지로 악조건이 많다.

1. 월수입 감소 : 급여에 성과가 잘 나와서 매달 인센티브를 받았다. 새로운 곳에 옮기면 사용하는 비용(교통비, 생활비)이 늘어나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없다. 한 달 정도 생활하면서 계산해보니 70만 원 정도 마이너스가 난다. 많지 않은 급여에서 타격이 크다.


2. 건강관리 어려움 :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혼자 따로 나가서 사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먹고 자는 것이 시원치 않다. 혼자 나와 사는 사람이 왜 집밥을 그리워하는지는 혼자 살아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3. 스트레스 증가 : 성과가 잘 나오는 곳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곳으로 사업소를 옮기면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 오랫동안 공들여서 탑을 쌓아놓았는데, 처음부터 다시 쌓아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4. 가족 걱정 : 우리 가족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아내와 나는 마음이 잘 맞는 편이다. 그래서 한쪽이 힘들 때 한쪽이 많이 도움을 주곤 한다. 그런데 각자가 이걸 혼자 해내야 한다. 물론 전화 통화를 자주 하고, 주말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겠지만 매일 함께 하던 것을 아내와 장모님이 짊어지게 되었으니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사발령이 나기 일주일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상기와 같은 악조건들이 너무나 눈에 훤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큰 것은 가족들과 떨어지기 싫은 내 마음이었다. 직속 상사와 면담을 해보았지만, 그 윗선에서 결정권을 가지기에 내 요청은 묻혔다.


직속 상사도 나름대로 나를 곁에 두려고 노력을 했다. 내가 처리해오던 업무들을 누군가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팀에서 대부분 굵직한 업무들을 전담하고 있었는데 그걸 누군가가 나눠서 해야 한다.그래도 손발이 참 잘 맞았는데, 상사도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최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찾고,
악조건을 극복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1. 생활비 절감 : 쓸데없이 새나가던 돈을 줄일 수밖에 없다.

- 매일 마시던 커피 : 미팅이 있을 때 마시되 혼자서는 자제

- 하루 식대(두 끼) : 관공서/회사/대학교 구내식당 이용(한 끼 평균 8천 원 → 4천 원)

- 간식 : 군것질은 안 하는 걸로

- 교통비 : 규정속도 준수(120~140km → 90~100km로 운행)

 → 월20만원 정도 절감효과 있을 것으로 예상



※ 돈 아낀다고 건강, 업무에 지장 가는 일 경계!


2. 건강관리 지침 : 술, 담배는 원래 안 하니 계속 유지. 혼자 있으니 더 철저하게 규칙적인 생활하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아침, 저녁 꾸준히 운동. 식사는 조미료 적은 정식류의 밥으로 정해진 시간에 적정량 먹기.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류 섭취 금지. 아침식사는 기존처럼 과일, 견과류, 두유. 매일 비타민제 정해진 시간에 섭취.


3. 스트레스 관리 : 정해진 시간 명상(긍정적인 생각, 좋아하는 음악), 아침/저녁 가벼운 운동. 무리한 업무 금지, 실적에 대해서 완만하게 향상한다는 생각으로 관리, 새로운 사람(동료, 협력사)과 좋은 관계 만들어가기


4. 가족 챙기기 : 자주 연락하기(관심 가지기, 이야기 많이 들어주기). 주말에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기, 주말에 육아와 가사 1주일치한다는 생각으로 전념하기. 아내 건강/스트레스 관리하기. 주말 꾸준히 딸과 성당에서 신앙생활하고, 간식 만들기, 설거지 등 성당 봉사활동 지속하기.


5. 추가사항 : 혼자 있는 시간 의미 있게 보내기(독서, 어학, 운동)  퇴근 후 도서관 적극 활용




매일매일이 나에게는 새로운 시도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유익한 루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작은 변화를 주고 있다. 한 달여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도 나는 분명 잘 적응하고, 최대한 긍정적인 점을 얻어낼 것이다.


모든 상황은 좋아질 것이고,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다!



※ 어릴 때부터 줄곧 군인을 꿈꾸었습니다. 꿈을 이루고 군인이 되고 보니,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수시로 옮겨 다녀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전역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가족에게 힘든 일이 될 테니깐요. 하지만 사회에서도 그런 직장이 많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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