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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Aug 21. 2016

주말 빨래하는 남자

주말에는 빨래를 한다. 널어둔 빨래를 갠다. 세탁기를 돌린다. 다시 세탁한 빨래를 넌다.


빨래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1. 햇살 좋은 날

   1) 결혼 전  "으~아! 날씨 죽이는구나. 누굴 만나서 어디 놀러 갈까?


   2) 결혼 후  "오~예! 빨래가 바싹 잘 마르겠다. 냄새 안 나고 뽀송뽀송하겠네^^


2. 비 오는 날

   1) 결혼 전 "비 올 때는 막걸리나 한잔~ 실내 놀만한 곳이 어딨더라?

   2) 결혼 후 "어쩌지 실내에 널어두면 축축하고, 냄새나는데ㅠㅠ


그렇게 주부가 돼가나 보다. 그래도 쉽게 할 수 있는 빨래, 음식물 쓰레기 비우기 등에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곤 한다.


남자들은 집안일에 발동이 늦게 걸린다.


나 역시 딸아이가 첫돌이 되도록 집안일에 소홀했다가 아내와 많은 다툼을 했다. 집안일을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의지목표 50%에는 못 미친다. 아내에게 매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걱정 마! 서서히 가속도가 붙고 있으니깐..


빨래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과 살 때는 깨끗한 옷을 입는 것을 당연시했다.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물씬 담긴 것을 미처 몰랐다. 혼자 살 때는 게을서 세탁소에 맡다. 시간도 아깝고, 혼자 빨래하고 널고 개는 것이 초라해 보였다. 그냥 맛있는 밥 한 끼 안 먹는 셈 쳤다. 




결혼하고 매번 쏟아져 나오는 빨래를 세탁소에 맡길 순 없었다. 비용도 부담스럽고, 딸아이의 옷을 남의 손에 맡기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빨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리고 그동안 깨끗하게 입었던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빨래하는 과정이 힘들고 초라해도 괜찮다. 내 가족이 청결하고 깔끔해질 수 있다면 상관없다.


세탁기 돌릴 때 색 구분할 옷, 망에 넣어야 할 옷, 뒤집어 빨아야 할 옷, 손빨래해야 할 옷 구분을 할 수 있다. 빨래를 널고 개는 과정도 일련의 규칙이 생겼다. 빨래가 대단한 일이 되었다.




길을 가다 깨끗한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예전에는 참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한 가지 더 추가되었다. 누군가 저 사람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기울였구나.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 집안일은 할수록 끝이 없다는 것과 주부들이 힘들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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