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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Jun 25. 2017

아내에게 '자유'를 선물하다

당신이 정말 필요한 것


한 달 전, 개인 시간이 없음에 짜증을 낸 글이 있다. 돌이켜보니 철없고 부끄러운 행동이다. 지우고 싶지만 새겨두고 반성하는 마음에서 남겨두기로 했다.



지난 월요일. 아내의 생일이었다.


작은 선물과 약간의 현금을 선물했다. 아내가 그토록 기뻐할 줄 몰랐다. 아내는 기뻤고, 나는 오히려 미안했다. 결혼하고 변변한 선물을 못해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짠했다.




아내, 엄마, 며느리, 딸, 회사원 등 수많은 역할을 아내는 완벽에 가깝게 해오고 있다. 그런 아내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아내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결혼전에는 장모님과 단둘이 데이트와 쇼핑을 즐겼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결혼한 지 5년이 넘는 동안 아내와 장모님이 단둘이 시간을 보낼 기회를 드리지 못했다. 육아와 남편의 뒷바라지를 벗어나서 오롯한 자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큼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아내다. 내가 그토록 자유를 갈망하는데 아내는 왜 아니겠는가?


"여보~ 나 일요일 결혼식에 슈밍이 데리고 갈 테니깐, 당신 장모님이랑 맘 편히 놀다가 와!"
"진짜? 괜찮겠어? 안 힘들겠어?"


아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장모님께 전화를 걸고 있었다. 장모님 역시 딸이 결혼한 후에 함께 데이트할 기회가 없어서 많이 서운하시던 차에 기뻐하시는 듯했다.


나는 아내가 통화하는 동안 바디랭귀지로 '내가 당신이랑 장모님 데이트하시라고 했다고 말해줘'라는 뜻을 아내에게 계속 전했다. 수화기 너머로 웃음소리와 "이서방 고맙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내도, 나도, 장모님도 만족스러웠다.




처음 혼자 결혼식장에 딸을 데리고 갔다.


또래가 없고, 낯선 사람들만 있어서인지 딸은 계속 안아달라고 보챘다. 식을 보고 뷔페에서 점심을 먹이고 나니 진이 빠졌다. 나는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매일 이렇게 딸의 식사를 챙기면서 힘들었겠구나.아마 대부분 육아 중인 엄마들이 이런 심정이겠지.


점심을 먹이고 이미 지쳐서 혼자 오후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선배들을 붙잡고 북카페 향했다. 내심 도와주길 바랬다.


딸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스마트폰도 보여줬지만, 딸은 지루한지 계속 칭얼거렸다. 30도가 넘는 낮에 야외에서 뛰어노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놀아주겠노라 약속을 하고 돌아왔지만, 오는 내내 떼를 써서 울고 달래기를 반복하며 부녀는 힘이 빠졌다.


집에 막 도착하니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안 힘들어?"
"어~ 괜찮은데.. 엄마가 보고 싶은가 봐"
"그럼 데리고 이쪽으로 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방해하면 안 되는데.."


그리지 않던 그림까지 그리면 필사적으로 놀았다


딸은 계속 엄마에게 가자고 졸랐고, 아내와 약속을 어기기 싫어서 그림을 그려주고, 색종이를 접어주면서 애를 썼다. 색종이를 들고 끙끙거리다 조용해서 바라보니 딸은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한숨 돌렸다. 아이가 잔다는 것은 그 얼마나 기쁜 일인가?

딸이 깨어날 때까지 나는 잠깐 글을 쓸 여유를 얻었고, 아내도 데이트 시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옛말에 '아이들은 잘 때가 제일 예쁘다'라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공감하겠지. 아이들이 얌전하게 집중해서 놀거리를 만들 수 있다면 그건 노벨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TV처럼 장시간 노출되면 부작용이 생기면 안 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 얼마 전 영유아 검진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딸아이의 시력이 나빠졌습니다. 스마트폰과 TV 시청 때문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당분간 TV 세탑 박스 전원을 꺼버리고 온 가족 TV안보기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도 안 보여 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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