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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Nov 20. 2017

'예쁘다'는 말의 힘

예쁘다. 참 예쁘다

#1. 예쁘다는 말의 힘(아내 이야기)


오랜만에 겨울 옷을 함께 고르러 갔다.


새 옷을 입고 나오는 아내가 참 예쁘다.

결혼 6년 차. 여전히 아내는 예쁘다.


"이 옷이 예뻐? 아까 입었던 옷이 예뻐?"

"둘 다 예쁜데, 처음에 입었던 게 더 잘 어울리더라"


결국 아내는 선택하지 못했다. 한주만 더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둘 다 마음에 든 것이 틀림없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아까 옷 말이야, 두 번째가 더 예쁘지 않았어?"

"음.. 나는 옷을 입어보는 당신이 예쁘더라."

"그래? 뭐 그건 나도 알아"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아내가 말했다.


"오늘 참 기분 좋은 하루였어. 오랜만에 같이 데이트한 것도 좋고, 당신이 오랜만에 예쁘다고 해준 것도 좋아"


순간 마음이 먹먹했다.

'내가 너무 표현을 안 했구나'


연애할 때는 그렇게 '예쁘다. 예쁘다' 말했는데,

결혼하고는 표현을 하지 못했구나.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자주 표현할게. 몰랐구나. 여전히 당신은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예쁘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2. 예쁘다는 말의 힘(딸 이야기)


언제부터였지? 아기 때 조심스러워서 안지도 못하던 너의 목욕을 시켜주게 된 것이..

딸아이 목욕은 아내나 장모님의 담당이었다.


어쩌다가 내가 목욕을 시키게 되었다. 물장난 치고, 이야기하면서 목욕하는 것이 재밌었나 보다. 그렇게 딸아이 목욕은 내 차지가 되었다.


아름다운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난을 심하게 쳐서 욕실 바닥에 넘어져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더 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엉덩이를 찰싹 맞고 울면서 나온 적도 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스스로 세수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무지게 세수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우와 세수 잘한다"


눈을 깜빡거리면서 조막만한 얼굴 여기저기를 씻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우하하 너무 예쁘다 잘한다 잘해"


신기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목욕하고 나오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슈밍이가 세수 정말 잘해. 그리고 세수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그때 딸아이는 뿌듯하고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후 딸아이는 나에게 세수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아빠가 세수할 때가 제일 예쁘다고 했어"

"그럼. 얼마나 예쁜데"


어린아이도 예쁘다는 말을 좋아한다.

사실 항상 예뻐서 매번 표현을 안 한 것뿐인데..

아빠가 자주 표현을 안 했구나.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넌 예뻐. 세수할 때도 예쁘고, 가만히 있어도 예쁘고, 뭘 해도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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