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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Dec 22. 2017

나도 꼰대가 되는 걸까?

자각하고 의식해야 바뀐다

함께 일하는 선임 사원에게 전화 왔다.


"저기 이틀 연속으로 송년회 회식인데.. 다 참석해야 돼요?"

"아! 그러네요. 참석하시면 좋지만 의무는 아니에요"

"다들 가정도 있고 주부들이라 이틀 연속은 힘들어요"

"그렇죠? 사원들 의견은 어때요?"

"첫날은 지점장 바뀌었으니 다 참석하는데, 둘째 날은 아무도 안 간데요"

"네? 아무도 안 가신다고요? 아무도 안 가면 분위기 좀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죠? 다 가고 싶지 않아해서.."

"맞아요. 일단 제가 참석할게요. 잠깐 왔다 가시더라도 몇 분 오시는 게 좋겠는데.."


사실 송년회나 회식을 싫어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겠다는 것에 흔쾌히 답하지 못했다. 의무참석은 아니지만 가능한 사람은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것도 압박을 느끼는 무책임한 답변이다. 분명 눈치껏 혹은 자체적인 협의를 통해서 2~3명은 억지로 나올 것이다. 나도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것일까?


이미 10~20대의 시선에서 나의 생각과 행동 모두 꼰대 일지 모른다. 내가 싫어하고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그런 꼰대 말이다.




어제도 관리자 송년회에 참석했다. 몇 시간 동안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콜라를 홀짝였다. 대신 빈 잔은 채워주고 일어나서 건배사도 했다. 술 취한 사람들 속에서 파이팅 기합도 꽥 질렀다. 다들 얼큰하게 취했다. 2차로 옮길 때 조용히 빠져나왔다.


내가 꼰대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송년회 1차만 참석해서 술 마시지 않고, 2차도 가지 않는 나를 개념 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훗날 입사해서 나와 함께 일한 10~20대 친구들은 송년회 조차 참석하지 않고, 나는 그런 그들을 개념 없다 생각할지 모른다.


마치 "나는 1차만큼은 꼬박꼬박 참석했는데"하고 말하면서.. 소름이 끼친다.




역시 어제도 50대 관리자의 입에서 '나는 말이야'가 어김없이 나왔다.  


"나 신입 때는 말이야. 4차까지 참석하고 선배들 다 택시 태워 보내고 집에서 샤워하고 바로 출근했어"


어쩌면 지금 40~50대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불합리를 어느 정도 개선시켰는지도 모른다. 내가 꼰대라 생각하는 그들이 젊은 시절에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기득권의 불합리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시대, 자신의 가치, 자신의 잣대로만 판단하기에 우리는 꼰대가 되었다가 개념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 생각의 차이를 좁힌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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