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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r 13. 2018

치킨 한 마리를 들고 퇴근한 날

가족이 먼저다

야근을 했다

일이 특별히 힘들지는 않다. 다만 퇴근 후 피곤한 아내와 아빠(아빠 노트북)가 오기를 기다리는 딸이 마음에 걸렸다. 일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2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작성한 보고서를 회사 뒤 치킨집으로 가서 상사에게 내밀었다.


"정말 고생했어. 한잔하고 갈래?"

"아닙니다.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가족들하고 먹어"


상사는 내가 술 마시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금방 튀겨진 치킨 한 마리를 쥐어주었다. 비닐봉지를 드니 안에서 따끈한 김이 올라왔다.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돌아갈 때까지.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나 마치고 들어가는 길이야"

"배고프지. 어서 와서 밥 먹자"

"치킨 한 마리 가지고 가. 고생했다고 상사가 사주셨어"

"맛있겠네"



퇴근길에 들려진 치킨

빵이나 귤 한 봉지 사갈때보다 기분이 좋다. 노동의 대가로 먹을 것을 사갈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가장으로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


월급을 이체해주거나 외식하고 결재하는 것과는 다른 기분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지고 와서 가족들과 둘러앉아서 먹는다는 것. 어쩌면 아버지가 술 한잔하고 오시면서 간식을 잔뜩 사 오시면서 느꼈던 기분이 이런 것이 아닐까?


마주 앉아 포장을 푼다. 아직 따뜻하다. 다행이다. 따뜻한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으니깐. 다 같이 한 덩이씩 들고 뜯는다. 씩 웃었다. 그랬더니 다들 따라서 웃었다.


오늘은 야식 괜찮다. 살쪄도 괜찮다. 둘러앉아서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어서 좋다. 잘 먹는 것 보니깐 기분이 좋다. 늦은 시간이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친구 중 한 명이 가족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꿈이 중요하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했다. 아무 말하지 않고 웃었다. 그 녀석은 이런 기분을 모를테니깐.


"너는 가족에게서 받는 에너지와 행복을 몰라"



※ 성공보다는 행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가정에 있고, 가족과 함께 할 때 있습니다. 많이 사랑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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