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이별

다시 또 혼자

by 화문화답

좀 더 천천히 와도 될 것을, 이별의 시간은 여지없이 다가왔다. 가족들이 떠나는 날이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타고, 다낭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모두가 말이 없었다.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국제선 청사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받았지만 나의 보딩 패스는 없다. 혹시 빠진 선물이 있으면 면세점에 들러서 사라는 핑계로 일찍 들여보냈다. 이별이 너무 길면 슬픔이 커진다.


한국의 황금연휴 기간을 이용하여 우리 가족들은 베트남 다낭에서 함께 지냈다. 아빠가 일하고 사는 나라에서 엄마, 아들, 예비 며느리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평생 내 편,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한 4박 5일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고 행복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 며느리가 같이하게 되어 더욱 특별했다.


다낭 국제공항에서의 설레는 기다림과 만남, 아침마다 이어진 조식 뷔페 품평회, 1일 1 마사지를 외치는 아들을 위한 마사지 집 탐방, 그러면서 마시지의 진정한 맛을 알아가던 아내, 베트남 전통 식당에서의 만찬, 비 내리는 호이안 거리, 한시장에서 유쾌한 가격 흥정, 핑크 성당에서 인생 샷 찍기, 호텔 루프 탑에서 모히토와 함께하던 바다멍, 아들 커플이 수영장과 헬스장에서 노는 이쁜 모습들, 호이안에서 산 꽃무늬 커플룩을 입은 아들 커플의 호텔 로비 패션쇼, 콩카페에서 칼로리 대마왕 커피 한 잔, 작열하는 땡볕 아래 고즈넉한 후에 왕궁, 베트남 직원과 식사할 때 스스럼없이 대해주던 가족들의 배려심, 베트남 병원에서 신속 항원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던 초조한 시간......


하지만 물소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면 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것은 금방 사라진다고 했다. 함께한 시간은 흘러갔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유별나게 날씨가 좋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비가 내렸다. 출국 수속장으로 들어가는 가족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서로를 달래주려 애써 이런저런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다낭 공항은 크지 않아서 국제선 청사에서 약 10분 정도를 걸어가면 국내선 청사가 나온다. 국내선 청사에 도착하니 호찌민으로 가는 내가 탈 비행기의 수속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는 연결 통로를 지나는데 멀리 비행기 활주로에 가족들이 탄 비행기가 보였다. 이륙하려고 이동하고 있었다. 한국 국적 비행기니까 틀림없이 저 비행기에 가족들이 타고 있을 것이다.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당연히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가족들은 한국으로 떠났고 나는 호찌민으로 향했다. 떤썬녓 공항은 혼잡하기로 악명이 높다. 택시를 타려면 공항 청사를 나와 건너편 건물로 건너가야 한다. 거기서도 질서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다. 대강 먼저 잡아타는 사람이 임자다. 물론 바가지요금 같은 부작용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비나선이나 마이린 택시가 상대적으로 안심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리스크는 있다. 미터 요금대로 받기는 하되, 거리를 멀리 돌아간다든지, 고액권을 내면 거스름돈이 없다고 버틴다든지.


베트남어로 목적지를 댔더니 트렁크에 내 캐리어를 싣고 있던 택시 기사가 순간 멈칫한다. 그래, 기분도 그런데 오늘은 정직하게 갑시다. 택시 기사는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빛의 속도로 내달렸다. 교통 법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평소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거리를 45분 만에 주파했다. 멀미가 날 지경이었지만 '스릴 만점 드라이빙' 덕분에 방금 전까지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이별 후유증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유난히도 집이 휑하다. 늘 그랬으면서도 새삼스럽다. 짐 가방을 풀지도 못한 채 소파에 드러누웠다. 도착했으려나? 아니다. 아직 대만 상공 정도 지나고 있겠다. 이제 도착했겠지? 아니다. 이제 서해 바다에 진입하고 있겠네. 무사히 잘 도착했다고 메시지가 올 때까지 나는 그렇게 우두커니 빈 하늘만 바라보았다.


가족들과의 추억은 굳이 표현되지 않아도 마음속 깊이 간직된 기억이고 잔잔한 여운이며 추운 날 따뜻한 온기 같은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잘 가요. 그리고 곧 다시 만나요. 아빠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나한테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여러분이랍니다. 부디 다시 만날 때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