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 매장 입점 미션 완료

베트남 대형마트 입점 프로젝트(3)

by 화문화답

조직을 영업 위주로 재편성하고 직무별로 업무를 다시 분장해 준 다음, 팀장을 중심으로 지휘 및 보고 체계를 갖추어 줌으로써 인적 세팅이 끝났다. 영업부의 기존 인원을 충분히 활용하되 부족한 인원은 즉시 충원하지 않고 일단 체험형 인턴으로 보충하도록 했다. 역량이 떨어지거나 노력이 부족하여 자연 감소하는 인원은, 해당 직무와 그 포지션을 수행할 역량이 되는 사람으로 가려서 뽑을 생각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우를 해줄 것이다.


이렇게 인적 구조에 변화를 주다 보니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직원들도 불안해했다. 초점이 될 만한 생각과 수렴해 갈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다. 이런 전략 기획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며칠 동안 작심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회사가 지향하는 바와 나아갈 방향, 중장기 비전을 'VISION 2025'라는 제목으로 정리하였다. 베트남 직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문서로 작성하여 교육하고 공유하도록 했다. 향후, 이 비전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은 뚜렷한 목표 의식과 실천 의지를 갖추고 하나로 통합되어 갈 것이다.


VISION 2025라는 대전제 아래, 그 성장의 원동력이 될 대형 마트 입점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다. 먼저 입점 상담을 위해서 회사소개서와 상품설명서, 입점제안서를 영어, 한국어, 베트남어 버전으로 작성하도록 하였다. 기존 입점 매장의 매출 실적을 데이터화하여 제시함으로써 검증된 브랜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도록 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 전략이다.


상품들의 이미지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하도록 했다. 저가 한국 상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인기가 좋은 상품이라는 콘셉트으로 전환하였다. 각 상품마다 USP(unique selling point)를 작성하여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베트남에서는 무조건 싸야 팔린다며 반대 견해가 있었다. 부정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신제품 개발은 그런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상품은 다르다. 이미 포지셔닝을 높게 잡아 원가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싸게 팔면 B.E.P 확보가 어렵다.


전화나 이메일보다는 대면하여 미팅하는 방식으로 영업하도록 지시하였다. 이른바 발로 뛰는 영업이다. 이게 먼저 어느 정도 되면, 그다음에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하면 된다. 높은 사람들끼리 또는 뒷돈을 써서 하는 것이 영업이라는 전근대적인 인식을 불식시켰다. 윗선이 아니라 실무자가 먼저이다. 톱다운 방식도 좋지만, 처음부터 길을 잘 닦아야 나중에 더 빠른 속도로 갈 수 있다. 다행히도 새로 합류한 팀장 두 명이, 이런 메커니즘이나 원리를 잘 이해하고 따라주었다.


나는 원래부터 성대가 약해 조금만 목소리를 내면 금세 목이 쉬어 버린다. 베트남에 와서는 아예 만성적으로 목이 아팠다. 그만큼 말을 많이 해야 일이 되기 때문이었다. 오전에 두 시간으로도 모자라서 오후에 두 시간을 더 떠들어도 먹히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길어야 30분 정도로 미팅을 끝낼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진행 사항 점검하고, 방향 제시해 주고, 문제점 체크하면 끝이었다. 드디어 직원들이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같으면 계절이 세 번쯤 바뀌었을 시간이 지나갔다. 나라도 계절의 변화라는 게 있지만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냥 아침저녁으로 온도가 살짝 내려가거나, 비가 좀 더 쏟아지고 아니면 좀 덜 쏟아지고 하는 차이이다. 물론 내가 있는 호찌민 기준이고 중국 국경이 있는 북쪽으로 가면 겨울이 있고, 달랏 같은 지역에는 가을도 있다.


출근을 하다 보면 배송을 기다리는 상품들이 입구에 잔뜩 쌓여 있었고 온라인 담당자들은 배송을 싸느라고 온종일 분주다. 어떤 느낌이 왔다. 기존의 롯*마트를 포함하여 이*트, G**5, K*트에 입점을 완료했다. 드럭스토어 메**어와 가*언에 입점했고 파**티는 최종 결정 대기 중이다. 베트남 업체 중에서 빅씨나 꿉마트는 입점을 거절당했지만, SA**A 등 다른 매장에는 입점에 성공했다.


이 정도만으로도 애초 목표로 했던 200개 매장 입점을 넘어섰다. 1차 목표는 무사히 달성했고 이제부터는 2단계 전략에 돌입해야 한다. 판매 촉진 전략이다. 적극적인 SP 전략을 실행하여 실제로 매장에서 매출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만약 안 팔리고 쌓여 있으면 유통 기한이 임박해서 반품을 당하는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두세 달이면 판매 대금이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부터는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로 회사를 끌고 갈 수 있게 된다. 한국도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입점하면 높은 수수료와 3개월 어음 같은 결제 조건, 각종 비용 전가 같은 불공정 거래가 많았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베트남이 딱 그렇다. 빨라야 45일 이상 결제 조건을 내세우는 곳이 많다. 이런 조건 아래서 을은 스스로 손익 관리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결제 조건과 더불어 아주 조심해서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백마진(back margin)이다. 담당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샘플을 제출하여 검증받고 래 조건 협의서와 본 계약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끝도 없이 늘어나는 각종 명목의 정크 피(junk fee)들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게다가 영업을 하다 보면 관행적으로 펀짬(뒷 돈)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 이렇게 모든 비용을 감안하고 나면 충분한 마진 확보가 쉽지 않다.


그래도 시장 진입 초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 드라이브 전략이 불가피하다. 향후 1년 정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대형마트 관계자들과 유대 관계를 잘 유지하게 되면, 한국에서 좋은 상품을 들고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회사는 베트남 유통 전문 회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내가 그리는 큰 그림의 완성은 중심 지역에 대형 멀티 브랜드 스토어를 만드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입점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유통망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회사의 마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안테나숍이 있으면 이걸 베이스캠프로 삼아 온라인 시장은 물론 사업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몇 년 후의 일이지만 이미 구상을 시작했다.


베트남 대형마트 200개 매장 입점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는 단기간 내에 최소한의 인력과 비용으로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VISION 2025를 향한 첫 단추는 잘 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