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생각] 첫사랑의 한계 효용

웅이가 여니에게- 연재를 마치며

by 박 스테파노
모든 도덕주의자들이 견해를 같이하듯
만성적인 자책감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잘못에
두고두고 집착해서는 안된다.
오물 속에서 뒹구는 것이
몸을 깨끗이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 안정효 <멋진 신세계> 역자 머리글에서 -


지난 사건과 인물에 집착하는 것은 그 사람과 일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그 안에서 관계하는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시간을 걷듯 살아 내다 보니 알게 된 것 중 하나입니다.


예전 친구 후배들에게 무거운 체하며 말했던 '첫사랑 효용가치의 총량'에 대한 이야기가 부메랑처럼 돌아옵니다.


예전 그 사랑을 못 잊는 것은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일 경우가 많다는 것.


시절의 나는 제법 정직했고 아름다웠다 억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픔을 주고 어려움을 주었던 실수와 잘못을 떠 올리자면, '그 시절의 나'는 좀처럼 찾을 수 없고, '그 사람'을 아쉬워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연애사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동일한 이기심의 주판알을 튕길 뿐입니다.


지금 다시라면 잘못하고 아픔 주었던 '그 시절의 나'를 깨끗이 지울 것만 같은 착각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자책감이라는 게, 책임이라기보다는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


어리숙하고 졸렬하던 '그 시절의 나'를 애써 편집하지 않기를 바라는 오늘입니다. 그런 일들로 내 중년을 낭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니까요.

종이학도 접겠어요. 사진=내 사진 @파크하얏트 팀버우드


어제의 숱한 자책으로 무거웠던 오늘,

덕분에 구김 많은 생각에 다림질하며

시간을 보낸 밤.

그리고 바람 제법 서늘해서 좋은 아침.


나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볼 평화를 간구해 봅니다.

가을바람이 옵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습니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제법 사랑받던 <늦은 아침 생각>은 네 번째 브런치북으로 엮어 내고 연재를 잠시 쉬어 갑니다. 겨울이 찾아오기 전까지 가을에 한시적인 연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연재에 대한 힌트는 본글 마지막 단락에 살며시 붙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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