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 보면,
어느 날
나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현세 <천재와 싸워 이기는 방법>-
살아가다 보면 운때와 상관없이 ‘진짜 잘 난 사람’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비껴 보아도 진짜인 사람 말입니다. 흔히 말하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 말입니다.
이런 사람과 원하든 아니든 간에 어쩔 수 없이 경쟁하다 낭패를 보곤 합니다. 아니 좌절하고 다시는 그 분야에 발을 들이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상처 가득한 채 그 길을 포기하곤 그 천재의 뒷모습을 동경의 눈 빛으로 바라보며, 관심이나 열망과는 상관없는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또 좌절하게 됩니다.
이처럼 내가 애정하고 원하는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끔찍한 일입니다.
스스로를 노력만 전부인 둔재라는 이현세 작가가 이야기합니다. 천재를 만나 싸우는 방법은 딱 한 가지랍니다.
그들의 속도로 그들의 방식으로 내 잎을 휘익 추월하게 두는 것입니다.
먼저 가버린 천재들은 내가 뚜벅 걸어가는 세상살이가 시시해 보이겠지만, 내게는 하루하루 금쪽같이 영글어지는 마법의 시간이 됩니다. 천재들은 이내 인간계의 마지막까지 치달아 멈출지 모르지만, 나는 계속 뚜벅뚜벅 걸어갈 길이 있으니까요.
요즘 형편없는 글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천재적인 문장을 만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연마한 수양이 이제 갓 시작한 청년의 놀림새보다 변변치 않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배운 대로 열심히 발차기를 내밀어도 번뜩이는 창조적인 변칙 발차기에 지고 말았던 내 생애 첫 겨루기 시합처럼 말입니다.
다시 글을 읽고 쓰기로 합니다.
간서치(看書癡)라는 말은 책만 읽어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비아냥의 말이었습니다. 조선 후기 서생이었던 이덕무는 스스로를 간서치라 말하며 박학의 독서를 하였다 하더군요. 작은 피정의 시간처럼 책을 읽기로 합니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글이 진짜 글이 된다 하더군요.
예전처럼 매일매일 쓰기로 합니다. 매일매일 써 보며, 뚜벅뚜벅 걸어 봅니다. 나 같은 사람은 잠들기 전에 매일 한 조각 글을 쓰면 되는 것이지요.
천재들의 글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글을 읽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수능이라는 언덕을 넘는 모든 미생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공부한 만큼 기억해 내어 언덕을 조금이라도 쉬이 넘기를. 그리고 시간이 여럿 지나 뒤돌아 보면 그 언덕은 산이 아니라 그저 작은 요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철에도 서툰 자전거는 여러 번 넘어지는 법이니 넘어진다고 두려워하거나 실망 마시길. 실패의 다른 말은 '다시'입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