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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Dec 28. 2024

당연한 죽음은 세상에 없다

세상 모든 죽음을 추모하며

“지금은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하나만 보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진이 <어른인 척; 지금은 모른다> 중-


하나만 보고 슬퍼할 필요가 없듯이,

하나만 보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거나, 화내거나 노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모릅니다.


이리 쏠려 소곤대던 사람들이

이젠 저리 쏠려 추모를 던지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그를 이해한다거나 안다거나 할 때가 아닙니다. 그저 안타까움 그것으로도 벅찰 뿐입니다.


하나만 보고 노여워하고 슬퍼 말기로 합니다.

전부를 이해하며 안타까워하려 합니다.


당사자만 아는 이야기라는 것은

당사자만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다.

그제야 그를 ‘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법입니다.


2023년 12월27일 고 이선균 하늘로 가다


당연한 죽음은 세상에 없습니다.

오늘은 교회력으로 '죄 없이 죽은 아기들 순교자 축일'입니다. 성탄의 환희에 가려진 죄 없는 희생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메시아의 탄생 예언을 두려워하던 유대왕 헤로데가 동방박사의 예수탄생  전언을 듣고 베들레헴 안의 두 살 미만의 어린아이들을 학살해 버립니다. 아버지 요셉의 선견적 판단으로 예수의 성가정은 이집트로 피신한 뒤의 일이지요. 이 날을 통해 전쟁, 재난, 학대, 낙태 등으로 이유 없이 죽음을 맞이한 모든 아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아기들뿐 아니라,

죽어 사라지는 모든 것은 추모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 존재의 시간으로 함께 일상이라는 어마 어마한 우주를 버틴 것이니까.


평화로운 안식을 빌어 본다.

루벤스 <Massacre of Innoc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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