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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신비를 묵상하며

진실이 거짓에 이기는 날까지

by 박 스테파노
“사람들은 재미없는 진실보다
위트 있는 거짓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두서없는 진실보다 논리적인 거짓에
고개를 끄덕이고
침묵하는 진실보다 소리치는 거짓에,
더 깊이 귀 기울인다.

그것이 때로는
아주 당연한 진실이 아주 당연하게 거짓에게
지고 마는 이유이다.”

- 김은주「1cm」 중 -


진실이란 행복 중에 엄습하는 불안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묵상이란 지적인 행위와 의지가 결합된 정신의 기도라고 가톨릭 사전에서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묵상의 아름다움에 빠져 아직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거죽을 입고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신앙을 간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이른 새벽 세 놓은 버스를 타고 아내와 함께 병원에 왔습니다. 채혈을 하고 진료를 기다리며 성당에서 짧은 묵상을 마치고 친절한 원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나누어 마십니다. 경향잡지와 리더스다이제스트를 나누어 읽고 밤새 뒤척였던 걱정 대신 이런저런 세상사를 주거니 받습니다.


진실이 거짓에게 지는 듯 보이는 세상 뉴스 대신 응원과 격려를 주신 분들의 진심을 헤아려 감사하는 대화 속에 작은 신비를 깨닫습니다.


잘 살아 내겠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드디어, 이윽고, 반드시 다시 일어서는 부활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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