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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혔다

포도주의 기적

by 박 스테파노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

예수의 첫 기적 -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

-요한복음 2.1-11-


예수의 공생활동의 첫 징표라 할 수 있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의 기적은 종교를 떠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 어머니 마리아와 방문한 예수는 잔치 중 마리아의 다급한 부름을 받게 되지요. 그런데 결혼식 피로연 중에 그만 포도주가 다 떨어지게 되어 하인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를 알게 된 마리아가 예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예수는 그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냐며, 아직 자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면서 이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가 하인들에게 "예수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자, 예수는 하인들에게 물통에 물을 부은 후 그것을 그대로 손님들에게 내어주라고 명합니다. 하인들이 그대로 하자 놀랍게도 물이 포도주로 변해있었고, 그것도 전에 마시던 것보다 더 질이 좋아서 연회를 책임진 사람이 "보통 좋은 술은 먼저 내놓고 나중에는 덜 좋은 술을 내놓는 법인데 아직도 좋은 술을 남겨두었네"라고 감탄합시다. 예수의 첫 번째 "기적"입니다.


유명한 말씀이고, 그 말씀 속에 많은 깨우침이 있습니다. 저도 이전과 다른 '때'에 대한 묵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pinterest.es


어려운 묵상은 일상의 숙제로 가져가고,

'포도주의 기적' 말씀 관련한 일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어떤 대학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날은 학기말 종교학 시험시간이었습니다. 발제는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을 신학적 관점에서 해석기술하라는 문제였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신학적 생각과 영성적 답안들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창가에 앉은 한 학생은 가만히 답안은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채 앉아 있었습니다. 그저 먼산만 이따금 멀뚱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교수가 다가서서 물었습니다.


'왜 답을 작성하지 않는가?'


학생은 말합니다.


'쓸 것이 없습니다.'


시험시간은 다 지나가고 교실에 학생들은 답안을 제출하고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교실에는 학생과 교수 단둘만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은 그저 멀뚱 먼산만 바라보고 답안은 한 글자도 적지 않고 있었습니다.


참다못한 교수는 최후통첩을 합니다.


'한자도 적지 않으면 낙제를 면치 못할 것이네. 단 한 줄이라도 쓴다면 낙제는 면하게 해 주지.'


교수의 최후통첩을 들은 학생은 마지못해 펜을 들어 단 한 줄을 쓰고서 교실을 나갔습니다.


그 답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그는 이 답안으로 최우수학점을 받게 되었답니다.

그는 영국의 대시인 바이런이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시간의 섭리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간은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크로노스라는 자연이 흐르는 시간으로 지금 우리들이 시간이라고 말하는 절대 시간입니다. 하루 24시간 86,400초의 시간 개념으로 각종 시간을 말하는 어근으로 사용됩니다.


크로노스(좌측 이미지), 카이로스(우측 이미지)(출처-1st-art-gallery.com, 중앙시사매거진)


이 티탄 크로노스는 아들이 반역할 것이라는 예언으로 태어나는 아들들을 족족히 잡아먹었으나 결국 허벅지에서 태어난 제우스를 처리하지 못하고 올림푸스 신왕의 시대를 열어 줍니다. 이처럼 시간은 결국 섭리라는 절대 진리의 편을 의미합니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아들로 기회와 행운의 신입니다. 앞머리는 덥수룩한데 뒤는 대머리이며, 어깨와 발꿈치에는 날개가 있고, 저울과 칼을 들고 다녔습니다. 그가 앞에서 다가올 때는 누구나 쉽게 머리카락을 움켜잡을 수 있지만, 지나가 버리면 대머리와 날개 때문에 결코 잡을 수 없었습니다. 분별력과 결단을 의미하는 저울과 칼이 그 해결을 암시해 줍니다. 카이로스는 그래서 기회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때라는 것은 냉정하게 뚜벅뚜벅 사라지지만 준비하고 잘 판단한다면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때를 알고 아들 예수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주문한 성모 마리아의 인내와 믿음을 되새겨 봅니다.


얼굴 붉어지는 삶의 주인과의 만남을 기도합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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