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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팔자걸음이면 어때

by 박 스테파노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할 땐 그것을 다른 시각에서 봐라.
틀리고 바보 같은 일일지라도 시도를 해봐야 해.
너희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해.
늦게 시작할수록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中 -


어릴 적부터 눈에 띄는 팔자걸음을 걸었습니다.

뵌 적 없는 중조부도, 노인정 백구두 조부도, 애증의 부친도

모두 팔자걸음이라 집안의 내력이라 말합니다.


교련시간, 군대에서 가끔 혼나긴 했지만

나의 팔자걸음은 내게 곤란함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교문을 통과하여 백양로를 걷는 내 모습을 보고

길 끝자락 본관 언덕 위의 친구들이 손 흔들어 맞이하듯

오히려 걸음걸이로 ‘나’ 임을 판가름해 주는

또 다른 고유한 식별자가 되었습니다.


한 때 세상을 바꾸는 작은 홀씨 하나 되보겠다

세상을 걷고 걷고 또 걸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걱정과 우려, 격려와 응원의 갈림길에서도

여전한 팔자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었습니다.

그 걸음 끝에 힘든 언덕만 여러 개 마주했다 하더라도

뒤축 바깥쪽 끝이 달아버린 신발만 남았어도

걸었던 그 길엔 후회 한숨 없습니다.


아직도 이따금 남들이 몰려 선 그 줄을 힐끔대곤 합니다.

저만치 앞서있는 모든 사람 등 뒤에서 여전히 주저앉은 것만 같을 때가 있습니다. 뚜벅뚜벅 끄적거린 것들도 부질없다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진짜 이따금 어떤 것도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무작정 걸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허벅지와 종아리가 무거워질 때쯤 걸어온 뒤를 바라보면 걸어온 길들이 뿌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내 곧 다시 걸음을 걸어 가려합니다.

나만의 팔자걸음으로

더디지만 힘찬 걸음으로


-곰탱이 남편의 사랑하는 아내와 나누는 아침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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