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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의 시간

페이스북 오류에 붙인 생각들

by 박 스테파노

1.

페이스북에서 여전히 '좋아요'는 오류 중이다. 누르는 족족 신기루같이 흔적이 사라진다. 내 성의 없는 빈 마음을 튕겨 내듯, 마치 효과음이 보이는 듯이 사라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웹서핑과 글쓰기, 독서 용도로 당근에서 구입한 오래된 갤럭시 노트5의 운영 체계가 안드로이드 7.0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쉬이 생각하기로 한다.


2.

'좋아요'의 오류로 생각하지 않던 자성이 스며들었다. 타인의 글과 이야기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출근부에 도장 찍듯 좋아요를 눌러대던 내 가벼운 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좋아요를 표현할 수 없으니 오히려 타인의 포스팅을 보다 깊이 살피게 되었다. 혹여 공감과 의견이 필요한 곳에는 댓글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도태와 고립을 두려워하는 원초의 마음이 작동했다. 그 얕디 얕은 마음은 납작하게 눌려 있는 내 마음의 본모습과 다름없었다.


3.

타인의 글과 포스팅을 꼼꼼히 보기로 작은 다짐을 해 본다. 브런치스토리의 브런치북 통계를 보니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도 끝까지 완독 하지 않은 경우가 85%나 되었다. 좋아요는 일종의 암묵적 거래의 행위가 되었다. 구독을 하는 이유도 내 구독자를 늘리려고 서로 품앗이를 하는 마음이 다분해 보인다. 나쁘다 할 수 없는 마음이다. 좋다고도 할 수 없지만.


4.

누군가 내 글과 말을 읽고 들어주었으면 싶은 마음은 글과 말을 전하는 사람들의 당연 욕구다. 그것을 많은 팔로우와 좋아요의 개수로 뿌듯해하든 말든 각자의 도량일 뿐이다. 아니 어쩌면 드러내고 자랑하고픈 현시의 욕구라기보다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자기 고백이 아닐까 싶다.


5.

페이스북이 '경로당'이 되었다는 지적들이 꽤 되었다. 딱히 부정할 것도 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젊은이들은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SNS에서 찰나의 억지 기쁨을 포착해 누가 더 기쁘고 행복한지 겨루기 바쁘지만, 나이가 들어 늙어 가는 이들은 이곳 페이스북에 자신의 깊숙한 어둠을 각색해 내려 애쓴다. 포괄적 나라 걱정, 사회 훈수, 정보 과시 등 여러 주제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일반화 품평이다. 좀 복잡하지만 언제나 정답을 가진 내가 늘 단순하게 모자란 너희들을 싸잡아 품평하는 마음이 단어, 어절, 문장, 문단 틈틈이 숨어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이유가 아닐까.


6.

나이 든 공간에 자의식의 품평이 가득한 이유는 외로움이 아닐까. 당장 사람들에 둘러 싸여있더라도 언젠가 혼자 남는 밤이 어렵기만 하다. 주위에 사람들이 무수한데 끊임없이 닥쳐오는 외로움은 무섭기까지 하니까. 좋아요를 누를 수 없는 대신 글을 깊이 읽고 그 외로움에 공감하는 수고를 스스로 다짐해 보는 오류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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