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re의 말뜻
얼마 전 진정성에 대한 책을 읽고 리뷰를 하던 중 영단어 하나에 마음이 꽂혔다. 'Sincerity'라는 말은 sincere의 명사형으로 '거짓 없음'을 의미한다. 보통 공적 서류에서는 이를 '신의 성실'이라는 의무 조항으로 이야기하지만 쉬운 말로 하지면 '진심'이다.
진심이란 무엇인가? '진짜 마음'이 진심일진대 요즘 흔한 말 '진정성'으로는 설명이 벅차다. 이런 이유에서 영단어 sincere를 뜯어보아야 그 뜻에 닿을 수 있다. sine은 라틴어에서 '~없는; without'이라는 뜻의 접두어다. cere의 원형 cera는 '밀랍'이라는 말이다. 현대 영어로 표기하자면 without wax정도가 된다. '밀랍이 없는'이라는 말이 진심을 이르는 단어가 된 데에는 숨은 역사적 흔적이 있다.
로마시대의 부유한 귀족이나 위정자, 군인의 집은 화려함이 가득했다. 특히 각종 조각상을 집 안 곳곳에 비치하여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고취하곤 하였다. 그중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은 대유행 이상이었다. 수요가 공급을 넘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양질의 대리석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양질의 대리석이란 속이 꽉 찬 밀도 높은 대리석을 말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면 조각의 완성 시 균열이나 구멍을 낼 수 있었다. 공급 부족으로 대리석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조각가와 대리석 상인들은 임시방편으로 균열과 구멍의 틈을 밀랍으로 막고 대리석 가루를 덧칠하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꼼수가 오래갈 리가 없었다. 주문자나 귀족들이 이를 문제 삼고 대리석 가공자들을 의심하자, 그들 스스로 양질의 대리석, 즉 균열이나 하자가 없고 땜질도 없는 대리석이라는 표식으로 돌덩이에 'SINE CERA'라고 낙인을 찍어 유통하기 시작했다. '밀랍이 없는'이라는 증명서로 신의 성실의 계약이행 검증이 되었고 이는 '거짓 없는'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SINE CERA는 대리석 가공물 뿐아니라 도자기 제품의 품질 보증에도 널리 쓰였다. 균열이나 이가 빠진 곳을 땜질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보증서 역할을 했다. 흠결이나 하자가 없는 것이 진짜라는 의미보다 땜질이나 회칠로 눈속임하지 않았다는 진심의 의미가 담긴 말이 되었다.
요즘 세상의 진실은 너무도 늦게 광장에 도착하기 마련이다. 사실과 진실, 사고와 사건, 정과 반이 가려지기도 전에 언론이라 자칭하는 펜과 마이크들이 급하게 글과 말을 찍어 낸다. 복잡하고 훼손 위험한 타인의 진실은 내 마음대로 땜질하고 회칠하여 빠른 클릭으로 돈을 벌어 내는 세상을 살고 있다. 진짜가 도달하기 전에 거짓 진심은 자본이라는 폭주 기관차에 올라타라 재촉할 뿐이다. 이런 세상에서 말을 닮은 글은 피하는 것이 좋다. 글이 말을 닮았다는 이야기는 사유와 고민이 깊지 않다는 자기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진심이라는 말이 허공에 흩날릴 때가 다분한 요즘이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어떤 이는 진심으로 호소하고, 다들 진심으로 참회한다는 말에서 진심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진심이나 진정성을 앞 세운 말들의 몸통에는 온통 핑계만 가득한 날들 가득이다. 이처럼 진심과 진실이라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말이 어려워 글로 적어 내리면 보다 진심이 더 담길 수 있다. 말과 거리를 두는 내 사유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어 내리는 동안 광장의 그대들은 이르고 성급한 뉴스를 들고 이미 떠나 버린다는 것. 글쓰기는 이렇듯 늘 외로운 뚜벅 걸음이 아닐까. 진심을 담아내는 글이란 복잡하고 다채로운 타인의 진실을 정성 들여 경청한 응답이다. 나는 엄청나게 복잡하지만 착한 사람이라는 엄청난 거짓 생각에서 탈피하는 일이다.
너무 늦은 깨달음은 없다.
설 익고 어설픈 깨달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