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가끔 짓다
울 할매 보고 싶다
내 반토막만 하던 울 할매
일바짓춤에서 주춤 주춤 꺼내던
요술 같은 쌈짓돈이 그리워서만은 아니다
국민학교 1학년 받아쓰기 불러주던 경상도 할매
용케 받아쓴 내가 대견해서만은 아니다
자리 반쯤 누운 지 십여 년 지나 눈이 펑펑 오던 날
막내 군대 가기 전 위문편지 아끼려 그리 가셨나
파킨슨씨를 만나 손이고 몸이고
가만히 둘 수 없는 이 세상 보속을 다하고
기도인지 졸음인지 알 수 없는 반들반들해진 묵주를 들고
그 좋아라 하던 하얀 밥을 입에 담고
뭘 그리 급히도 가셨나
장판 까맣게 눌러 버린 아랫목 보루 밑
땅콩엿은 이제 하얗게 늘려 먹을 일 없고
아침 인사대신 두 손 잡아 힘껏 일으켜 줄 일 없고
고모들 뒷담화를 엄마에게 이를 일도 없다
세상이 바삐 돌아 수 만 년도 넘어 선 날에
반쯤 자리 누운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참 외로웠을 그 누운 자리 보루 위 꽃이라도 피었으면
아웅 다웅 다투고 이내 껴안아 주던
조그만 할매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