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는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은 진부해지기는커녕 날마다 새롭다.'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신형철은 좋은 문학 작품이란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좋아하는 사람은 '깊이가 있는 사람'이라 말한다.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깊이가 있다는 말은 타인의 고통을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진부한 이야기 끝에 고통이란 진부할 틈이 없다 말한다.
난관이 이력이 되었고 호소가 진부가 되었다. 하루하루 살기 힘들지만 나름 다져진 오기로 인내한다. 시간이 벌이기도 하지만 답이기도 하니까. 어제 아내가 힘든 하루에 대해 토로한 뒤 여파일까, 앓아누웠다. 워낙 소화기계가 약한 체질에 점심으로 급하게 먹은 토스트 한 조각이 사달을 낸 모양이다. 배를 부여잡고 밤새 앓는 소리를 하더니 아침에 축지고 말았다.
고민 끝에 응급실이나 전문내과를 뒤로 하고 몇 번 방문했던 한의원으로 향했다. 사혈을 하고 부황을 뜨고 침도 맞고 환약을 받아 왔다. 먹은 것도 없는 아내의 끼니를 위해 호박죽 하나를 3 소분하고 진상 고객 같은 추궁성 컴플레인해서 받아낸 쿠폰으로 할인도 챙겼다. 이 와중에 머리에는 주판알이 이리저리 튕겨진다. 호박죽 한 술 들지 못하는 아내는 까무러치듯 잠이 들었고, 쿠팡에서 7천 원 주고 산 제육볶음에 김치와 양파를 가득 넣어 4~5일 반찬으로 만들었다. 말이 제육이지 정육 정형 후 부스러기를 뭉쳐낸 고기 찌꺼기들 같다. 그래도 한 술 뜨고 방구석에 앉았다.
이처럼 일상이라는 것은 보잘것없고 비참한 인내의 계속일 뿐이다. 지루하기 그지없고 고루한 하루는 늘 불확실이라는 돌덩이를 내려 던진다. 무한한 원초적 욕구는 끝이 없고 돌덩이를 밀어 올려도 오를 수 없는 궁핍의 연속이다. 고통은 이렇듯 매일같이 찾아 오지만 진부할 틈 없이 새롭다.
관리비 미납을 일부 해결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구걸하듯 미루었다. 단전 단수라는 무시무시한 으름장이 담긴 편지 봉투 뒷면에 의미 없는 낙서(아래 이미지)를 하며 잠시 숨을 크게 쉬어 본다.
조금 더 버티면 다다를 곳이 나올 것 같아 멈추지 못하는 오름길에 잠시 버티고 큰 숨 몰아 본다. 살아 내어야 이 지루한 말들도 자리 찾아가지 않을까. 다시 오르기로.
<여전히 항암 모금 중>
하나은행 10291039413107 김혜연
SC제일은행 22320191759 박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