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말하다(5)
지난 연재에서, "디지털 대전환"의 중심은 "데이터 활용" 능력이라고 연신 주장한 바 있다. "데이터를 정보화하는 활용 과정(data maanagement process)"에서 각 단위 별의 활동을 가볍게 언급했다. 수집-정리ㆍ정제-분석-시각화ㆍ리포팅-피드백의 단계를 정보의 공급망(Information Supply-chain)이라고 한다. 이는 "공급자" 관점에서 데이터 거버넌스로 확장되고, 소비자 관점에선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대표된다. 다시 IT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Back-End(저장, 보안, 공유)의 데이터 거버넌스와 Front-End(프레젠테이션, 공개, 분석)의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생산"활동에는 늘 INPUT과 OUTPUT의 영역, 즉 입려과 출력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지난번의 "데이터 저널리즘"은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 "출력"의 영역이며, 사용자(User)와 직접 대면(Interfacing) 하기 때문에 직관적 이해가 용이하다. 그런 이유도 작용하여 순서도 상의 마지막 단계인 "데이터 저널리즘"을 먼저 이야기해 보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중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백-엔드: 데이터 매니지먼트와 거버넌스"라고 주저 없이 이야기하고 싶다. "과정"이란 늘 눈에 보이지도 않고, 복잡하며 지루하고 고단한 시간의 총합이기에, 사람들은 "결과"를 들추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고, 입력이 없는 출력도 없으며, 기-승-전이 없는 "결"은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연재의 첫 시작에 "외국어" 중 "불가피한 사용"에 대하여 이야기한 바 있다. 디지털, 데이터 이외에도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용어도 매 한 가지라 생각한다. "거버넌스"를 우리말로 대체하면, 어떤 말이 될까? 행정? 통치? 관리? 일상에서 멀기만 했던 이 용어가 요즘은 새활 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좀처럼 한 단어로 설명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중 가장 중립적? 인 정의로 다음의 정의를 선호한다.
Governanace:
행정, 기업, 단체, 공동체에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 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영단어 governance는 steer(키를 잡다, 조종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áo 이 어원이라고 한다. 이를 비유적 의미로 최초로 사용한 이는 플라톤이고, "국가"에서 설파했다고 한다. 이런 용어가 2000년 대 중반 한국사회에서 제3섹터인 "시민사회"라는 영역이 두드러지면서 "협치"의 대용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여, "행정"용어로 많이 인지한다. 그런데, 사실 경영 전반과 특히 "IT 운영"의 영역에선 매우 익숙한 단어다. 거버넌스, 매니지먼트 등 IT(Informarion Technology, 혹은 Intelligence Technology)라는 용어의 태생 탓인지, 소위 IT쟁이들은 영단어를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 탓일 수도 있다.(해외 콘퍼런스, 세미나를 가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엔지니어들은 동사, 조사, 문법 없이 그저 "용어의 나열"로만 대화가 가능한 것에 놀라기도 힐다.)
정보기술 거버넌스(Information technology governance, 간단히 IT 거버넌스)는 기업이나 기관의 최고 의사결정 조직의 책임이며, 엔터프라이즈 거버넌스의 통합된 한 부분이다. IT 거버넌스는 조직의 정보기술이 조직의 전략과 목표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을 보장하는 리더십, 조직구조 그리고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다.
IT(Information Technology) Governance란, 단순한 관리(Management)가 아닌 기업을 움직이는 힘, 즉 지배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IT Governance란, IT전략의 개발 및 추진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와 IT를 융합시키기 위해 이사회, 경영진, IT 관리자가 추진하는 조직 기능이다.
IT Governance란, 기업 Governance의 통합적 부분이며 조직의 전략과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는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 그리고 리더십으로 구성된다.
IT Management만 실행했을 경우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조직이 IT에 의존할수록 IT 환경의 취약성은 조직 전체의 문제로 다가오게 되고 의존성이 커짐에 따라, IT 투자를 통한 비즈니스 가치 창출과 IT 관련 리스크 관리, 예방 및 대처를 위해서 IT Governance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보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편의와 효율이 증가하지만, 사이버 범죄, 부정행위 등 다양한 종류의 위협이 살생하게 된다. IT 투자 자체에 막대한 노려과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IT Governance를 통한 IT Paradox를 방지할 수 있다.
이렇듯,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거버넌스가 "매니지먼트(Management)"와 혼동되거나 혼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하위 개념인 "데이터 거버넌스"와 "데이터 매니지먼트"와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쉽게 말해 거버넌스는 "규범과 통제"의 옷을 입은 관리(Management)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를 기억한다든지, 필요한 것을 꺼낸다든지 수정하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론(프레임워크, 플랫폼 등)을 데이터 관리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데이터 편성방법(파일 구조)에 따라서 처리 스피드(speed)를 올리는 것과 논리적인 정보의 연결과 그것이 기억되어 있는 매체, 즉 하드웨어와의 갭(gap)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된다. 파편적으로 다양한 데이터의 각종 소스를 파악하고, 그중 필요 데이터를 수집하며 저장하고, 그 데이터를 활용(분석, 호출, 재생, 재저장 등)하는 일련의 활동 등을 컴퓨팅 기술로 구현하게 된다.
데이터가 "빅데이터"로 불릴 만큼 기하급수적인 급증되었고,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행태도 비례 증가하게 되면서 체계적인 관리의 요구가 증대하게 되었다. 데이터 관리는 분석에서의 반복 작업을 최소화하며 수집된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견해, 지식을 도출하는데 기여하면서 현대사회의 최대 덕목인 "최적화(Optimization)"을 도와주게 되었다. 또한, 오류와 탈진실의 방지를 위한 분석 결과에 대한 검증(Verification) 지원해 주며, 기존 Data에 대한 재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새로운 분석 주제 발굴 가능하게 해 준다. (분석 결과 검증 -> 연관 있는 데이터 연결 -> insight 발굴)
이와 같이 기술적인 관점에서, 데이터 매니지먼트를 통한 데이터 활용 생태계가 구축된다. 데이터 그 자체, 그리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도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워크플로우, 분석과 통합, 해석 등의 다양한 영역들의 상호작용의 플랫폼이 구성되는 등 "기술"이 진화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도 창출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데이터"의 속성상 잘 "주고받아야"하지만, 잘 "지키는 것"도 주요한 화두가 되었다. 변질과 오염과 같은 방법적인 문제에서 유출과 망실이라는 외부의 보안 위협까지, 또 다른 "관리"의 영역이 도출되었다. 이렇듯 데이터 거버넌스라는 개념은 데이터 활용에 따른 기술 기반의 각종 관리 매니지먼트(아키텍처, 웨어하우스&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품질, 메타데이터, 보안, 개발, 오퍼레이션, 레퍼런스&마스터 데이터, 문서 및 콘텐츠)를 "정책 (Policy)"과 "규범(Rules & Regulations)"에 따라 잘 배치-플레이팅을 하는 플랫폼이 된다.
과거(2010년 까지도)의 데이터 거버넌스는 비교적 간단했다. 비즈니스, 행정 데이터는 각종 업무, 사업 시스템에서 생성되어 보안 방화벽 뒤에 보관하기만 하면 되었고, IT 또는 BI(Business Intelligence) 전문가들이 현업과 최고 의사 결정체의 요청으로 특정 업무에서 산출되는 고정적인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고하는 비교적 단순한 과정이었다.
2010년대 들어 기업들이 데이터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현업에서도 데이터를 본격 활용에 나서면서 부서마다 데이터 분석 결과가 다르게 산출되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많은 논쟁이 있었다.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가 적절한지, 데이터 품질은 믿을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사적으로 동일한 기준에 의한 데이터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디지털 경제"는 곧 "데이터 경제"라고 연재 서두에서 미리 강조하였다. 디지털화는 빅데이터 시대를 열었으며 조직의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데이터의 원천도 내부에서 외부로 확대되었다. 과거에는 내부에서 발생한 데이터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오픈 데이터, 소셜 데이터 등을 모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야 경쟁럭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상거래라고 하는 실물 거래 경제는 인터넷 또는 모바일에서 거래가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으며, IoT(Internet of Things)를 이용한 사물 간 연결, 챗봇과 음성봇을 활용한 자동화 AI 고객 서비스 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 이전에는 거래가 확정된 경우에 그 결과의 값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였으나 지금은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 개인정보와 같은 데이터 보호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기업과 기관은 개인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 사용 동의, 데이터 삭제 요청, 프로파일링 중지 요청 및 데이터 전송 요청 등의 개인 데이터 권리 보장을 위한 규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개인 데이터 보호 외에도 사기 및 범죄 회피, 자금 세탁 방지, 건전성 규제 등 기업에 대한 규제들은 대부분 데이터와 관련성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이러한 규제를 지킬 수 없고 결국 큰 이해의 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통합·분석하여 업무에 "주고받는" 데이터의 원초적 활용 능력의 내재화는 근본 경쟁력이 되었다. 동시에 "잘 지키는" 데이터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면서 외부와도 데이터를 활발히 주고받을 수 있으려면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 되었다. 이 "데이터 거버넌스"의 기반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도입하거나 확장하기 위한 필요 충분 요건이 된 것이다.
사일로 silo: 선박으로부터 하역된 곡물이나 사료 같은 유동 상태의 화물이나, 시멘트와 같은 가루형태의 화물을 저장하도록 설치된 원통형 창고를 말함
부서 또는 조직단위로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 저체 IT 인프라를 구축해서 사용하는 것이 대세였다. 문제는 각 부서, 사업단위나, 브랜치 별로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증상이 발생한다. 이것을 사일로(Silo) 현상, 사일로화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즉 공무원 조직처럼 "칸막이" 데이터가 형성된다.
데이터 거버넌스의 주요 목표는 조직의 이런 데이터 사일로(silo)를 분해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는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고객 및 기타 민감한 정보 등 개인 데이터의 잠재적 오남용을 차단하여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속적인 사용량 모니터링과 데이터 활용 정책의 수립·시행의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데이터 거버넌스 적용을 통해 데이터 품질을 높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경영진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수익·이익을 높일 수 있다.
‘좋은 인사이트에는 좋은 데이터가 필요하다(Good data leads to good insight)’
데이터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실제 얻고 있는 효과의 차이를 데이터 거버넌스 갭이라고 한다. 거버넌스 갭은 세 가지 유형으로 발생한다. (출처: Hitachi Vantara)
어떤 데이터를 어디에 축적하고 있는가? 데이터의 37% 이상이 모바일에서 발생
데이터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데이터의 75%가 미사용 되며, 15% 미만의 데이터는 분류하여 사용
데이터의 관리 책임자가 있나? 10% 미만의 조직이 CDO(Chief Data Officer)를 보유
이런 데이터 거버넌스의 갭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적인 기술 기반의 새로운 사업의 영역을 도출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경영진의 "식스센스-직감"에 의존하고 있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전통 산업에 가까울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데이터가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핵심 자산이 되는 시대, 데이터 기반 경영은 이러한 전통산업에서도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현업 실무자부터 최고 의사결정자에 이르기까지 기업 전체가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데이터를 책임지는 임원(CDO)과 부서를 신설하고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와 담당 조직 간 R&R을 정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히 요구되고 있다.
많은 조직에서 시행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강력한 데이터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점이 대두되고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핵심 과제와 당면 목표의 성공의 상당 부분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람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데이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당연한 이유로 데이터 거버넌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리서치기업 M&M(Markets and Markets)은 전 세계 데이터 거버넌스 시장이 2020년의 21억 달러에서 2025년까지 5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2%의 CAGR(시계열 순증)에 해당된다.
급격한 데이터 용량 증가, 규제 및 준수성 의무사항 증가, 비즈니스 협업 증가 등의 요소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당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전 세계 정부 기관들이 다수의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정을 수립한 상황에서 조직 내의 데이터를 적절하게 저장하고 사용하며 폐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는 진단도 있었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개발에 대한 데브옵스(DevOps) 도입 증가가 데이터 거버넌스의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데브옵스 도입과 데이터 거버넌스 프로그램의 구현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M&M의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새롭게 탄생한 개념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이 그렇듯, 기업정보관리(Enterprise Information Management)와 같은 기업 경영에 있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중에 있는 많은 사업영역 정의들 중에서, 아래에서는 다음과 같은 정의를 사용한다. 이 영역들은 결국 시장에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모습으로 유통되고 소비된다.
(1) Discoverability(또는 Transparency): 데이터는 효율적으로 '발견 가능'하고 투명해야 한다. '데이터 상품'이 고도화되면서 이 부분에 있어 많이 요구되고 발전해나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사항들로는 Metadata 제공, Data Lineage, Global Glossary, Data Quality 등이 해당된다.
(2) Security: 보안은 크게 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정보(Personal Information)가 규정에 맞게 구분되어 관리되는가(Privacy)?'라는 부분과 '데이터 접근이 권한에 따라 적절히 관리되는가?'라는 2가지 부분인데. 1번의 경우 암호화 솔루션, 2번은 접근제어 시스템, 그리고 통합적인 보안 관제 솔루션이 해당된다.
(3) Accountability: 위 2가지 사항들을 책임관리(Accountable)하도록 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포함하는 활동으로 Data Life Cycle Management, Data Acquisition 프로세스 정립(또는 도구의 도입), User-Policy-Resource 간의 시스템 도입, Audit 등과 같은 사항들이 해당된다.
(4) 파생 영역: 하둡 등 고성능 저장장치와 관리 시스템, 각종 서비스로 구현하는 XaaS,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완전 보안의 영역이 되는 블록체인의 영역으로 확장 파생된다.
지루하고 길게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혁신의 중심에는 "데이터"활용이 있다. 그 "데이터 활용"의 기반은 기술 기반의 "데이터 거버넌스"에 있고, 이 영역이 소위 말하는 미래의 산업 "빅데이터"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빅데이터 시장은 침체된 "대봉쇄 시대"에서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마치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듯), 그 시장의 선점을 위해 기존의 IT 공룡들은 이미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 소위 "IT강국"이라고 자칭하는(타칭이라고는 못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사실 개인적으로 "IT강국"이라는 표현에 쓴웃음이 나온다. 삼성, 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LG, 삼성의 디스플레이와 가전제품 때문에 인식의 왜곡이 생기고, 통신사의 호구가 된 전 국민 "보급률" 환상으로 통신 인프라와 스마트폰에 눈을 가리게 되었다. 우리가 인지하는 자랑스러운 이러한 것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IT(Information Technology, Intelligence Technology) 산업"이 아니다. 이는 산업 분류로 전기전자장치 제조업, 통신서비스업이다. 흔하디 흔한 게인 노트북과 스마트폰, 그리고 통신 AP, 라우터, 와이파이 기기의 "핵심기술"인 메인 운영체계와 운영 소프트웨어, 중심 제어 비메모리 반도체는 대한민국이 보유한 기술이 아니다. 이런 착시와 왜곡의 세뇌가 "기술 기반 시장에서의 도태"의 큰 작용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연장선에서 대한민국의 "빅데이터 기술 역량"은 참담하다.
미국에서는 데이터 플랫폼 전문 기업의 가치가 수십조 원에 달한다. 최근 회자되는 기업 중 하나인 스노우플레이크는 시가총액만 53조 원이 넘고, 데이터브릭스의 기업가치는 280억 달러 (31조 2900억)에 달합니다. 하지만, 국내 데이터 전문기업은 저조하다 못해 참담하다. 유니콘 기업의 기준이라는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전무하다. 국내 데이터 기업의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를 공부 안 하는 언론과 혁인이 두려운 기업, 정부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기업과 산업", 그리고 "공공 주도의 이니셔티브와 규제"를 들고 있지만, 이는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데이터 전문 기업 중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은 없다. 유니콘 기업은 주로 O2O 비즈니스 모델의 기업이나 게임 업체다. 즉 전자상거래나 화장품, 핀테크, 바이오 분야에서 "데이터"나 "디지털"의 기술 기반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 기업이 전부다.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의 업종은 다양하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전문기업도 유니콘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스노우플레이크'와 ‘데이터브릭스'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한국 기술기반의 AI·데이터 전문기업의 규모가 작은고 영세산 것과 대비된다.
한국에서 토종 데이터 분석 기업이나 데이터 플랫폼 전문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국내에서 주목을 받고 규모가 큰 빅데이터 전문기업은 바이브컴퍼니가 있다. 2020년 10월 코스닥에 등록한 바이브컴퍼니의 기업가치는 1700억 원이다.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5배쯤의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2021년 상장을 목표로 하는 빅데이터 전문기업 모비젠의 매출도 아직 100억 원대에 그치고 있다. 일부 국내 데이터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의 성장이 더딘 이유로 아직은 데이터 산업이 ‘공공부문' 위주로 진행된다는 점을 꼽았고, 민간 기업의 보수적인 문화도 이유로 꼽는다. 이는 꼼꼼히 뜯어 살펴보면 영 아주 "틀린 말"이다.
국내 데이터 전문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빅데이터 시장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이뤄지다 보니 솔루션 사용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기업이 온프레미스가 아닌 클라우드 전환을 하더라도 AWS와 MS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의 긴밀한 협업 없이는 시장 공략이 어렵다"라고 말한다. 이는 '소프트웨어'와 '어셋 Asset'을 구분하지 못하고, '개발'과 '구축'을 혼동하는 몰이해적 해석이다.
또 "국내에 데이터 전문 유니콘 기업이 없는 이유는 공공 위주로 시장이 형성이 됐기 때문이다"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넘어 중견기업들도 빅데이터 플랫폼을 사용할 정도는 돼야 기업들이 성장할 텐데,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 가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은 외부 업체에 분석 등을 맡기기보다는 보통 자체 빅데이터 팀을 만들어 해결하고자 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혀 실정을 모르는 진단이다. 기업은 늘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 한 발 앞서 간다. 문제는 "솔루션"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개발 서비스가 국산이 없다. 이미 외산 솔루션으로 시장은 무르익었다.
물론, 이미 유니콘이 되었거나, 공룡이 된 기업, 촉은 재벌의 투자가 원동력을 만드는 촉매로 작용해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움직임이나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예를 들어 미국의 CRM 솔루션 강자 세일즈포스는 데이터브릭스에도 투자를 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브릭스 투자에 합류한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의 기업들의 투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지난 15년 동안 밀어붙인 "청년 창업 정책"이 점입가경의 "진흙"을 더 부어 버렸다. 실업률 증가의 문제를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혁명"의 시대에 정공법이 아닌 꼼수를 마련한 것이다. 기술 기반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우선 1. 전문인력 양성. 공급, 2. 기초 기술 사업의 성숙화와 고도화 3.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존 벤처기업 기술, IP 보호 4. 선순환을 위한 Exit와 기술 이전에 대한 적정 가격 보장 등의 촘촘하고 전문가적인 정책 기안과 실천이 필요하지만, 실상은 준비가 없었다. 그저 "실업률"의 해소의 수단으로 준비 안된 청년들을 "창업"으로 밀어 넣고, 그저 "유니콘"의 환상을 주어 기업가 정신도, 기술 기반도 없는 "투자 영업꾼"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마치 기시감이 있다. 2000년 초반 "닷컴 버블"을 리매이킹한 것만 같은 요즘의 "스타트업"열풍을 저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말풍선만 열거하며 빅데이터라 주장하는 "저널리즘" 영역도 문제지만 전문가 집단이 앞장서지 못하는 기술 기반의 신생기업 생태계는 넓은 의미의 "거버넌스(행정, 정책)"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이 있을까? 앞서 말한 "데이터 저널리즘"의 영역에서의 "비판적 데이터 활용"에 작금의 데이터 기술 산업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하였으면 한다.
다음 연재는 스타트업, 벤처의 실태, 창업 정책 정리와 함께 보다 적나라한 Good & Bad 레퍼런스를 제시하면서, 거기에서 도출된 교훈으로 가능한 대안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그 속에 "데이터 저널리즘"과 "데이터 거버넌스"에 보다 충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싶다.